1920년 동아일보가 창간되던 해에 나도 태어났다. 올해 98세를 맞은 동아일보와 평생을 함께해온 셈이다. 내가 8세 즈음인 90년 전. 동네 이장(里長)이었던 외할아버지 집에 우편배달부가 다녀가면 마을에서도 좀 잘사는 집 어른들이 늦은 오후 시간에 모여들곤 했다. 편지를 받아가는 사…
16년 전 가을, 미술학원 상담실에 겉멋 든 고등학생 하나가 들어섰다. 인사를 한답시고 고개만 까닥했고, 교복은 좀 놀아봤다는 듯 단추를 풀어헤친 상태였다. 녀석은 한쪽 어깨에 가방을 들쳐 메고 있었다. “이제석”이라고 껄렁껄렁하게 자신을 소개한 그 녀석은 역시나 학교 성적이 하위권이…
한 소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영화 오디션장에 들어섰다. 보통은 매니저와 함께 오는데 어머니와 같이 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5년 전, 감독 데뷔작인 영화 ‘불신지옥’의 최종 오디션장에서 당시 열다섯 살이던 은경이를 처음 만났다. 은경이는 영화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안 된 신인…
올 2월, 나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다. ‘카미노’라 불리는 이 순례여행에는 여러 코스가 있었다. 그중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프랑스 길’을 택했다. 길이 복잡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카미노의 상징인 노란 화살표의 인도를 받는다는 점도.…
‘그는 리더란 양치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Long Way to Freedom)’에 나오는 말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언제나 조직 구성원들을 지켜주면서도, 무리 뒤에서 권한을 위임해 자유롭고 …
'광고천재'라는 찬사는 독이었다. 일감이 몰아닥쳤다. 넓은 사무실에 앉아 결재만 하며 보내는 날들이 늘어났다. 한 번씩 움직일 땐 꼭…
이병호 서울대 교수(50)는 연구 시간을 쪼개 한 달에 한 번꼴로 영화관에 간다.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상영되는 최신작을 빼놓지 않고 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1000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봤다. 이 교수에게 영화 관람은 ‘일’이기도 하다. 그는 특수 안경을…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사귈래?”라는 귓속말 대신 “비트윈 할래?”라고 말한다. ‘커플 전용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향하는 비트윈(Between). 무한한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어가는 SNS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