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왕과 나’ 그리고 태국
영화 ‘왕과 나’는 시암(현재의 태국) 왕과 영국 출신 젊은 미망인 가정교사 애나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맨발의 왕과 애나가 드넓은 홀을 가로지르며 춤추는 장면과 배경음악 ‘Shall We Dance?’가 유명하다. 19세기 시암 왕실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애나 리오노언스의 회고…
-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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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나’는 시암(현재의 태국) 왕과 영국 출신 젊은 미망인 가정교사 애나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맨발의 왕과 애나가 드넓은 홀을 가로지르며 춤추는 장면과 배경음악 ‘Shall We Dance?’가 유명하다. 19세기 시암 왕실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애나 리오노언스의 회고…
미국 뉴욕 52번가에 있는 ‘파크 애비뉴 플라자’ 빌딩 로비는 거지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이런 열린 건물에 고객 비밀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입주해 있는 건 아이러니다. 어떤 국가든 기업 간 담합을 금하지만 기업인들이 맥킨지로 몰려가 비밀 컨설팅을…
경제부장으로 일하던 2007년 홍영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59)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단장을 맡고 있었다. 홍영표는 통상협상 주무 부장이던 필자에게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역설했다. 노동운동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커(遊客)로 부른다. 그렇다면 싼커의 뜻도 아는지? 싼커(散客)란 싼 물건을 찾는 관광객이 아니라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유커 단체관광은 줄고, 싼커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어느 나라…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란 말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occupy는 군사 용어로는 점령이지만 시위 용어로는 점거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서구에서 민주주의 혁명이 퍼져 나갈 때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싸웠지 점거 같은 건 할 수도 없었다. 점거는 …
혀를 차고, 욕을 하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게 막장 드라마다.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몰라 끝까지 조마조마하다. 11월 8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꼭 그렇다. 역대 대선 후보와는 너무 다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황당한 언행과 자질 논란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어쩌다 미국 정…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러일전쟁을 중재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제국주의자’로 불릴 만큼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스페인과 전쟁할 때는 민병대를 조직해 싸울 정도로 전투에 앞장섰고 ‘먼로주의’를 내세워 유럽 열강이 남미에 얼씬도 못 하게…
개그맨들은 자기들끼리 ‘짠다’는 말을 종종 한다. 개그맨들은 개그의 소재를 실제 경험에서 많이 얻지만 그런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때로는 있지도 않은 경험을 실제 있었던 것처럼 짜내서 웃기기도 한다. 김제동이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 장성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보면서 어느 4성…
내비게이션이 일상화되기 전, 유럽 소도시나 마을에서 길을 찾으려면 중심의 교회부터 더듬어 가면 됐다. 작은 마을에도 대개는 수백 년 된 교회 앞에 광장이 있다. 고딕 양식 교회의 첨탑은 멀리서도 잘 보이고, 광장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주변에선 1, 2차 세계대전 당시 그 지역 출…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베스트셀러 ‘말리와 나’의 저자 존 그로건이 말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만 있을 뿐”이라고.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반려견의 문제행동으로 고민하는 가족을 찾아가 해법을 일러준다.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거나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물…
1971년 설립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사회과학 분야 최초의 ‘싱크탱크’로 꼽힌다. KDI는 1972년 시작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경제계획과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3차 계획이 주요 목표로 잡은 중화학공업화가 1차 오일쇼크 같은 악재를 극복하고 연평균 9.7%의 …
1957년 10월 4일 당시 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R-7 로켓이 굉음과 함께 상공으로 치솟았다. 5분 후 로켓은 지름 58cm, 무게 83.6kg의 몸체에 안테나 4개가 달린 알루미늄제 구(球)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다. 인류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다. 미국을 경악시킨 것은 …
미국 드라마에서는 경찰이 나오면 수사를 하고 의사가 나오면 진료를 한다. 일본 드라마는? 경찰도 의사도 교훈을 준다. 한국 드라마? 예상대로다. 경찰이 나오면 경찰이 연애를,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연애를 한다. 누리꾼들이 재치 있게 비교한 미드 일드 한드의 특징이다. ▷한드는 국내를…
7월 초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위치한 스위스 국경지대 하늘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구름에서 강한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CERN이 입자충돌 실험을 하다가 평행우주로 가는 출입구가 열린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이 실험을 한 곳이 거대강입자가속기(LHC·Large Hadro…
파리 특파원 시절 유럽의 한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어렵게 약속을 잡아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데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액자에 담긴 사진을 받으며 든 생각. ‘정치인이 사진 좋아하는 건 외국도 똑같구나.’ 한국에서도 대통령이 언론인을 초청한 간담회에 몇 번 참석할 기…
‘콧구멍이 없는 소가 된다는 말을 듣고/갑자기 삼천세계가 다 내 집임을 알았다.’ 이 땅의 선불교를 중흥한 경허 스님(1849∼1912)이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오도송(悟道頌)이다. 딱히 어려운 말이 없는데 난해하게 다가온다. 알 듯 말 듯한 선문답처럼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는 오묘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년)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쉘 위 댄스’를 만든 수오 마사유키의 작품이다.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오인받아 체포된 남자 주인공이 결백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첫 번째 변호인이 그에게 형사 기소사건에서 유죄 판…
소설가박완서(1931∼2011)는 1970년 ‘여성동아’ 장편공모에 ‘나목(裸木)’으로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우리 나이로 마흔에 등단한 것이 당시 큰 화제였다. 이전까지 한국 문학의 빛나는 별들은 대개 청춘 시절에 떴다. 시인 김소월은 열여덟 살 때 등단해 23세에 시집 …
임철호 농림부 장관은 3대 국회 때 ‘무능 장관’으로 찍혔다. 1955년 취임 5개월 만에 쌀값이 67%나 치솟고 대체재였던 밀가루 값마저 2배로 폭등했다. 국회가 쌀 배급제를 요구했지만 공매제를 고집했고 공매를 하면 쌀값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쌀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하느님…
시인 김지하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다. 지하(芝河)는 그가 스물두 살 무렵 스스로 지었던 필명이다. 새파란 대학생이던 그가 서울 동숭동 학림다방에서 시화전을 열면서 동명이인의 문사(文士)들을 의식해 이름을 바꿀 필요를 느꼈다. 어느 날 낮술에 취해 학림다방으로 걸어가던 중 ‘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