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둘레길과 계획 도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일단 걷는다는 이들이 꽤 있다. 걷다 보면 자신을 움켜쥐고 있던 일들이 스르르 멀어지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풀리지 않을 듯하던 난제들의 해결책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장 자크 루소는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긴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
- 2016-06-20
- 좋아요 개
- 코멘트 개
머릿속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일단 걷는다는 이들이 꽤 있다. 걷다 보면 자신을 움켜쥐고 있던 일들이 스르르 멀어지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풀리지 않을 듯하던 난제들의 해결책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장 자크 루소는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긴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
대동강 물로 장사했던 봉이 김선달처럼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 땅으로 장사하는 데니스 호프란 사람이 있다. 1980년 ‘달 대사관(Lunar Embassy)’이란 회사를 차린 뒤 1에이커를 약 25달러에 판다. 요즘은 화성 금성 목성의 부동산도 야금야금 팔아먹는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인구 1300만 명인 도쿄 도(都)지사는 일본의 각종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공직이다.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한국의 대통령과 달리 일본은 의원내각제라 내각 수반인 총리를 다수당 의원들의 투표로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방분권의 전통이 뿌리 깊어 47…
정치인 치고 민생(民生)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역주의가 망국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는 정치인도 찾아볼 수 없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20대 총선에서 야당 불모지인 부산에서 당당히 당선돼 3선(選) 고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도 마찬가지다. …
“한국 민족 유전자(DNA) 속에 과외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주 하던 우스갯소리다. 한국 사람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는 모습을 빗댄 말이었다. 학생들을 성적 하나로 줄 세우지 말자…
현대적인 미국 백악관 시스템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만 하더라도 참모라면 전화를 연결하는 비서이거나 타이프라이터였다. 루스벨트가 참모조직을 확대하고 직속기관을 늘려가자 우려가 나왔다. 그때 그가 참모들을 옹호하기 위해 한 …
이 사람, ‘나쁜 남자’ 맞다. 10대 때부터 무전취식 절도 강도 등 숱한 범죄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날락거리며 어둠의 세계에서 살았다. 어릴 적 어머니와 사별한 뒤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평생 가족과도 소원했다. 35세 때 술집에서 싸우다 칼에 맞아 비명횡사했다. 그런 그가 영화와 법…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는 고양이부터 악어까지 갖가지 동물 미라가 나오지만 닭 미라는 없다. 닭은 남아시아의 밀림에서 인도를 거쳐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시경(詩經)에서부터 닭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성경만 해도 양이나 소, 돼지 얘기는 …
일본은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NHK 방송이나 신문들은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의 이름, 나이, 주소, 직업, 얼굴을 모두 보도한다. 범죄자 응징과 재발 방지, 국민의 알 권리가 피의자 인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필자는…
힐러리 클린턴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여성 정치인도 드물다. 잘나가는 변호사에서 정치인의 아내로, 퍼스트레이디에서 상원의원으로, 대선 후보에서 국무장관으로, 그리고 두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가 7일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직후 뉴욕 주 브루클린에서 “…
‘아내가 결혼했다. 이게 모두다. … 내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 박현욱의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의 첫머리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하는 글도 나왔다. ‘아내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불과 5일 만에.’ 소설 같은 긴박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7일 ‘윤창중 칼…
스위스 루체른에 가면 자연 절벽을 파내서 만든 ‘빈사의 사자상’을 볼 수 있다. 치명상을 입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돌사자는 스위스 사람들의 충성심과 용맹을 상징한다. 이 기념비는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최후의 순간까지 궁을 지키다 1792년 8월 10일 전…
육군참모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작고)은 8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 몇 달 한 것밖에 없는데도 9대 국회 입성하자마자 국회의장이 됐다. 유신체제이던 1973년의 일이다. 국회의장은 형식상 국회의원들이 선출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지명하면 그만이었다. 9대 국회 전반기, 후반기 합쳐…
김진형 제독이 금빛 소장 계급장을 단 하얀 해군정복 차림으로 단상에 섰다. 김복일 차명인(茶名人)의 사회로 ‘장군 다례(茶禮)’가 시작됐다. 김 제독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전에 차를 올리자 차인(茶人) 한영용이 충무공의 ‘한산도가’를 애절한 판소리체로 만들어 불렀다. 충무공도 임란(…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논쟁적인 인도인’이라는 책을 보면 인도인은 천성적으로 말이 많다. 유엔에서 회자되는 얘기 중에 ‘국제회의에서 의장에게 가장 힘든 일은 인도인의 말을 그치게 하는 것과 일본인이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영어 실력의 차…
등 돌린 여자친구의 마음, 어떻게 해야만 되찾을 수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런 고민으로 가슴앓이하는 이들을 위한 ‘재회 컨설팅’ 업체들 광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재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는 전화 상담부터 현장 출장 이벤트까지 다양하다. 수수료는 1회 상담에 4만∼2…
청정한 공기와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이고 올레길이 있는 제주. 상상만 해도 건강한 삶을 누릴 것 같은데 이런 천혜의 환경에 사는 제주도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한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제주 주민의 허리둘레가 81.8c…
일찍이 1908년 금수회의소(禽獸會議所)에 모여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을 꾸짖었던 길짐승 날짐승들이 100년도 더 지난 2016년 한반도를 굽어보매 세상사 달라진 바 없더라. 다만 옛 한성(漢城)은 어찌 이리 넓어져 오가는 사람들로 우글우글하고 공기는 탁하기 그지없어 숨쉬기가 힘들더라.…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를 직접 봤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본 것은 진짜 라스코 동굴도 아니었는데 그렇다. 1963년 프랑스 문화장관 앙드레 말로는 라스코 동굴의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고 만든 것이 원래 위치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벽화는 물론이고 동굴을 통째로 본뜬 ‘…
2014년 9월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불쑥 찾았다. “그냥 와 봤다”는 말과 달리 ‘꼭 할 말이 있는데 질문 좀 해 달라’는 표정이었다. 땅콩을 집어 먹던 부총리는 “기업인 사면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자세를 고쳤다. “기업인이라고 너무 엄하게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