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디지털 치매
아내가 남편 앞에서 시댁에 전화하는데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 휴대전화 전화번호부가 지워진 상황이었다. “얼마나 전화를 안 했으면 엄마(시어머니) 집 전화번호도 까먹었느냐”며 화내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 평소 노래방을 휘젓던 사람이 진짜 실력발휘를 해야 할 자리에서 침묵하…
- 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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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남편 앞에서 시댁에 전화하는데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 휴대전화 전화번호부가 지워진 상황이었다. “얼마나 전화를 안 했으면 엄마(시어머니) 집 전화번호도 까먹었느냐”며 화내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 평소 노래방을 휘젓던 사람이 진짜 실력발휘를 해야 할 자리에서 침묵하…
지난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CEO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노베이션(혁신)의 화신’ ‘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 ‘예술가의 감동과 기술자의 비전을 독창적으로 결합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 같은 칭송이 넘쳐난다. 그런데 잡스가…
아브라함 카위퍼는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 목사였다. 그는 영혼 구원에만 관심을 갖는 교회를 비판하고 1879년 기독교 정당인 반혁명당(ARP)을 창당했다. ARP가 한 원류를 형성한 기독민주당(CDA)은 지금도 집권 정당이다. 독일 이탈리아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정당의 도전에…
‘육상의 꽃’은 100m 달리기일까, 마라톤일까. 찰나의 순발력과 폭발적인 힘, 절제된 끈기와 인내력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히 대조적인 종목이라 갑론을박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 시장’은 100m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세계 최대의 육상 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
1986년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는 피플 파워에 놀라 미국 하와이로 허겁지겁 도망간다. 국민이 말라카냥 궁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 부인 이멜다의 구두 3000여 켤레가 이들을 맞았다. 구두 컬렉션에 대한 이멜다의 답변이 걸작이다. “구두를 모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
강원도 철원에 사는 김삼보는 한달에 자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거의 없는 천하의 노름꾼이다.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접경을 넘어 다니며 골패투전으로 먹고 지내는 그는 열 살 연하의 반반한 여자를 데리고 산다. 전 남편과 노름을 해 빼앗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1925년 발표된 나도향의 단…
신경과학자인 존 코츠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월가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과잉이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가 남성 증권 거래인들이 근무하는 동안 호르몬 변화를 관찰했더니 증시가 상승 랠리를 달릴 때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했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관…
고려는 불교 도교 등이 공존하는 다종교사회였다. ‘팔관회’는 고려 왕조가 여러 종교를 아우르기 위해 마련한 국가적 행사였다. 이날이 되면 고려 사람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함께 등불을 밝히고 밤새 음악과 춤을 즐기면서 국가와 왕조의 태평을 기원했다. 팔관회에는 외국 사신들이 찾아왔으며 무…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 초등학생 아들이 노래를 한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이 노래는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회가 16일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한 인디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다. ‘여자 친구와 싸우고서 바람 필 때/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 필 때/마라톤하고 간지나…
2001년 8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한국의 항공안전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 국제신인도가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뒤 안전등급을 내릴 때까지 2년 이상 걸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못 챙긴 건 그 기간에 건설교통부의 장관과 담당 국장이 5명씩이…
프랑스 남부 아를의 포룸 광장엔 빈센트 반 고흐 그림 ‘카페테라스’에 나오는 카페가 있다. 카페 바깥 길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위로 그림과 똑같은 노란색 차양이 쳐있고, 밤이 깊어갈수록 별이 수놓인 하늘은 군청색으로 짙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유럽 같다”며 인기다…
베레(b´eret)는 프랑스어다. 베레는 본래 프랑스와 스페인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피레네 산맥의 양치기들이 쓰던 모자였다. 산악지대의 추운 바람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주는 실용적인 모자였다. 이 모자를 주로 쓰는 바스크족은 검은 베레를 선호한다. 지금도 유럽 도시에서 바스크 국기를 내건…
“나쁜 남자가 더 잘 번다.” 베스 리빙스턴 미국 코넬대 교수팀이 지난 20년간 노동자 1만 명을 연구해 얻은 결론이다. “남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자평하는 까칠한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8%, 연봉으로 치면 9772달러(약 1040만원)를 더 벌었다. 회사와 각자 …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1917∼1963)는 숱한 명연설을 남겼다. 그의 연설은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제 횃불은 젊은 세대에 넘어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
영국 ‘300년 클럽’은 3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창업자와의 연계가 이어진 기업 경영자 9명이 회원이다. 토이 케닝 앤드 스펜서라는 장신구 회사는 설립 325돌을 맞았다. 피오나 토이 사장은 “뛰어난 세공기술과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늘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한 것이 장수비결”이라…
1773년 12월 16일 밤 미국 보스턴 항에 정박한 영국 동인도회사 선박에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배에 실린 수백 개의 홍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이다. 영국이 홍차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자 식민지 미국인들이 불만을 품고 일으켰다. …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에선 ‘블랙베리’ 소동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상원의원 및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무선 e메일 송수신 및 통신수단으로 애용하던 블랙베리를 대통령이 된 뒤에도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대통령 경호실(SS)은 국가안보국(NSA…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199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92년 14대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이 김영삼(YS) 민자당 후보에게 “쓸 만큼 줬다”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YS 청와대가 은밀히 노 전 대통령 측에 연락을 취해 “무슨 의도냐. 한번 해보자는 거냐”는…
지금은 첨단 유행의 거리로 통하는 영국 런던 노팅힐은 1950년대 자메이카 등 카리브 해 국가에서 온 흑인 이주민이 최초로 정착한 곳이다. 영국 현대사에서 최초의 인종 폭동도 1958년 노팅힐에서 일어났다. ‘테디 보이스(Teddy Boys)’로 불리는 당시 신세대 백인 청년들과 흑인…
‘1분이라도 먼저 읽어라. 당장 재앙에서 벗어나라.’ 올해 초 출간된 ‘애프터쇼크’는 카피부터가 너무 도발적이었다. 저자들은 2006년 ‘미국의 거품 경제’라는 책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버트 위더버 형제다. 이들은 ‘애프터쇼크’에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