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전자기파가 우리 몸에 해로울까. 다시 전자기파 얘기를 해보자. 물리학
적인 사실만을 우선 밝히자면 전자기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지나친 우려라
는 것이다.
지하철은 물론 우리 주위에 흔히 쓰이는 전기 기구나 기계는 60㎐인 교류 전원을
주로 사용하고 여기서 생겨나는 전자기파는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극히 낮은 주파수
를 갖기 때문에 극저주파(ELF)라 부른다.
극저주파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여기에 몇가
지 물리적 사실들을 간략히 적어 본다.
첫째, 60㎐ 전기를 쓰는 기계 기구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세기는 매우 작다.
둘째, 이러한 전자기파가 전자기 유도법칙에 의하여 우리 몸 주위에 형성하는 전
기장의 세기는 보통의 경우 우리의 체온 때문에 생기는 전기장(열기전력)세기의1천
분의1보다도작다.
셋째, 자기장이 핏속의 이온들에 힘을 미칠 수는 있으나 보통 그 힘의 크기는 매
우 작다. 열기전력과 같을 정도가 되는 자기장의 세기는 3백∼4백G(지구 자기장은 0
.5G) 정도. 신경계를 자극할 만큼 센 유도전기장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센 자석이 필
요하다.
넷째, 고압선의 전기장이나 전철의 전기장 세기는 우리가 평소에 받고 있는 지구
의 정전기장 세기(m당 약1백20V)보다도 작다. 비오는 날 맨발로 전철 고압선 바로
밑에서 꼿꼿이 서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전기장에 의한 효과는 무시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전자기파가 무해하다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파가 우리몸의 신경계나 두뇌 속의 전기현상과 공명(共鳴)을 일으켜 어떤 영
향을 미치는지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결론은 해로운 전자기파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극저주파는 몸에 영향을 미치
기에는 그 물리학적 효과가 너무도 작다는 것이다.
특고압선이 주거지역을 통과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가 극저주파의 유해 가능성보다
는 주거지역의 지상권을 침해하고 미관을 해치며 감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어
야 한다. 지하철의 경우도 전자기파의 위험 가능성보다는 폐쇄된 공간의 공기오염을
더 염려하는 게 옳다.
참고로 밝히자면 해충 퇴치기가 해충을 퇴치하는 것을 보고 전자기파가 분명 영향
을 미치기는 하는 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해충퇴치기는 초음파를 이
용하는 것이지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양 인 상<이화여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