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英伊기자」 「K빌딩:지하 아케이드 왼쪽 끝 비상계단」.
「Y빌딩:경비원 3교대 근무」.
「S빌딩:청소시간 오후3시를 이용하라」.
주로 강남의 오피스빌딩을 활동무대로 삼고 있는 보험영업사원 金모씨(41)가 소장한 1급 영업비밀 「각 건물침투 요령」이다.
요즘 아무 건물에나 무작정 들어가려 하다간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기밀보호 등의 이유로 각 기업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보험사원이나 외판원들은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보안장치를 강화한 첨단 건물이 많아져 겹겹이 설치된 경비장벽을 뚫으려면 치밀한 사전작전이 요구된다.
건강식품 외판원 李미경씨(37·여)는 모르는 건물에 들어갈 때에는 우선 경비원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처음엔 서먹해도 몇번이고 방문해 판촉용 선물 등 각종 선심을 베풀며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경비원이 첫번째 고객이 되기도 한다.
「묻어서 들어가기」도 꽤 효과적이다.
점심시간 등 사원출입이 많아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 쏜살같이 진입하는 것. 李씨는 얼마전 「아줌마패션」으로 한 빌딩에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뒤로는 옷차림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내부사원 이름 확보하기」는 보험설계사 吉상숙씨(40)의 영업노하우. 사원 한두명만 이름을 확보해두면 방문객자격으로 당당히 현관을 통과할 수 있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아무한테나 설문조사를 한뒤 이름을 물어봐두는 것이다.
현관을 통과해도 첩첩산중인 건물도 많다. 층마다 경비원이 있는 건물, 각 사무실입구에서 출입카드를 넣어야 출입할 수 있는 전산실 등은 난공불락이다.
마치 스파이나 된 듯이 청소시간을 기다려 청소원과 함께 잠입하거나 드나드는 사원을 바짝 따라붙는 외판원이 있는가 하면 경비원이나 회사 고위층에 보험대출을 해준 뒤 이를 빌미삼아 드나드는 모집인도 있다.
그러나 「외부인 접근이 힘든 건물일수록 한번 진입에만 성공하면 독점시장이 된다」는 것이 이들을 잡아끄는 매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