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1백2년째를 맞은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 지난 15일 막을 올려 오는 11월9일까지 계속되는 최고 권위의 미술축제를 찾는 각국 미술관련인사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익중씨의 특별상 수상으로 한국관도 인기를 끌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에는 26개 국가관이 있지만 참가국수는 58개국에 달했다. 문화강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치열한 국제 홍보 때문이다.
개막전 미국은 수차례 연회를 베풀며 심사위원단을 끌어들였다. 대만은 국가관이 없음에도 산 마르코광장에 전시장을 마련해 연미복파티를 열며 수백명의 인사를 초청하곤 했다. 일본도 산 마르코광장, 선상파티를 열며 치열함을 보였다. 프랑스가 미국의 10배에 해당하는 돈을 썼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국은 강익중씨의 수상에도 일부 실망의 소리를 냈다. 현지파견 문예진흥원 관계자는 『프랑스 등과 함께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개막식 30분전까지도 국가관상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강익중씨에게 우호적인 휘트니미술관계인사들과 현지언론의 지원이 이같은 기대를 일게 했다.
막상 프랑스의 국가관상수상이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프랑스의 로비에 졌다』는 말이 들렸다. 객석에서는 야유도 일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국내인사들은 『너무 점잖게 대처한 점이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사방을 둘러싼 유리벽과 낮은 천장, 불필요한 실내 기둥 등 한국관의 잘못된 전시관구조를 지적하는 말도 들렸다. 천장이 낮아 설치미술을 전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리벽에 작품을 전시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생겨나고 있는 것. 작품감상에 방해가 되는 유리벽을 전시관에 쓴 국가는 없다. 미술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최고의 전시형태를 보인 곳에 수상하는 국가관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서둘러 국가관을 여느라 건축 공모 등을 하지 못했다. 또 이탈리아의 『주변나무를 베지 말고 바다쪽으로 창을 내라』는 요구를 충분히 조정하지 못했다. 이번에 남겨진 아쉬움은 미온적이고 다양하지 못한 국제홍보, 졸속 처리로 인한 자업자득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