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왜 사나」 싶기도 하고 「내가 누굴까」 싶을 때가 있다.
「컬트의 우상」 데이비드 린치 감독(51)이 자아의 흔들림을 영화에 담는 실험을 펼친다.
「이레이저 헤드」와 「블루 벨벳」 「광란의 사랑」, 그리고 TV드라마 「트윈 픽스」 이후 4년만에 린치감독이 내놓은 작품 「로스트 하이웨이」.
8월초 비디오로 출시될 이 신작을 통해 린치는 「삶의 정체성」 문제를 밀도있게, 그리고 특이한 접근으로 담아내고 있다.
장르상으로는 기괴함이 묻어나는 에로틱 스릴러물. 그러나 섬뜩한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들, 게다가 엽기적 사건이 이어지는 비상식적인 진행은 공포영화보다 더 긴박하게 관객을 쪼아댄다.
짙은 어둠속에 노란 중앙선을 안고 끝없이 달려가는 고속도로. 잃어가는 현대인의 자아를 상징하는 이 그림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의 중심은 두 남자의 일상이 겹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도시의 부촌에 사는 중년의 색소폰 연주자 프레드(빌 풀먼)와 빈촌에서 자동차정비사로 일하는 청년 피트(발타자 게티).
프레드와 미모의 부인 르네(패트리셔 아퀘트)는 어느날 누군가가 비디오테이프가 든 봉투를 현관앞에 놓고 가면서 조용한 일상의 붕괴를 맞는다.
테이프에는 자신의 집 내부가 담겨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지 않나 의심하던 프레드. 경찰을 불러 조사를 부탁한다.
그러나 우연히 아내의 남자친구가 초청한 파티에 간 남자는 하얀 얼굴의 난쟁이(로버트 블레이크)를 만나면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벌어진 살인사건. 사지가 잘린 부인의 시체가 침실에서 발견되면서 프레드는 살인범으로 몰린다.
린치감독은 여기서 갑자기 「희한한 반전」과 함께 영화를 이어간다.
독방안에서 악몽과 두통에 시달리던 남자가 어느 순간 젊은 남자 피트로 뒤바뀐 것.
피트에게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그를 풀어준다.
이같은 린치 감독 특유의 「낯선 반전」은 관객을 긴장으로 내몰면서 현란한 영상 너머 감성의 세계로 관객들을 유인한다.
린치 감독의 「로스트 하이웨이」는 광활한 사막위의 고속도로처럼 우리의 자아가 꿈꾸는 끝없는 탈출의 욕구를 은밀하게 담고 있다. 분열된 현대인의 자아를 그린 추상화처럼….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