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껑충 뛰면서 기름값도 폭등해 애물단지가 돼버린 자가용. 팔아 버리자니 불편할 것 같고 계속 타고 다니자니 안그래도 빠듯한 수입에 부담이 너무 크고.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몰아치며 승용차를 소유한 자영업자나 봉급생활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배기량 2천㏄ 자가용을 갖고 있는 회사원 K씨(43). 기름값이 두차례 인상을 거듭한 지난해 12월 한달 기름값이 11월보다 2만5천원 더 들었다. 올 초 기름값이 ℓ당 1천5백원대로 오르면 한달 기름값이 9만원 더 들어 27만원이 될 전망. 올해 봉급이 동결될 것이 확실한 K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K씨가 지난해 뛴 거리는 약 1만5천㎞. 한해 동안 승용차에 들어간 돈은 기름값 1백79만원을 포함해 모두 3백7만원.
배기량 1천5백㏄ 승용차로 지난해 K씨와 비슷한 거리를 운행한 회사원 L씨(38)는 K씨보다 60만원 정도 적은 2백46만원이 들었다. 경승용차를 운전하는 P씨(33)가 지난해 차량유지비로 지출한 액수는 1백97만원으로 2백만원을 넘지 않았다. 특히 올 6월부터는 경승용차 보험료가 30% 할인되고 자동차세도 5만5천원으로 40%이상 내려 K, L씨와의 유지비 차액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기름값이 또 오르면 K, L씨는 배기량이 한단계 적은 차량으로 바꿔야만 지난해 수준의 비용으로 차를 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차량을 바꾸려면 등록 취득세 등 추가부담이 만만찮다. 자동차전문가들은 “새로 차를 장만할 때 이것저것 잘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등록대수가 1백만대를 돌파했다. 그중 경승용차 비중은 겨우 7%. 96년 9% 수준에 비해 2%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러나 IMF한파가 한국을 덮친 뒤엔 사정이 크게 달라져 경승용차 구입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현대가 새로 내놓은 경승용차 아토스는 지난해 12월 전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경승용차가 구입가격이 싼 것은 물론이고 유지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승용차 이야기만 나오면 “기름도 안나오는 나라에 웬 큰차가 이리 많으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실천은 역시 쉽지 않았다. 안전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많았고 남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싫어 억지로 큰차를 사는 사람도 많았다. 새해엔 어떨까. “말만이 아니라 이젠 행동으로 옮겨 소형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의 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현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