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은 꼭 미로 같아요.”
백화점에 갔다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적잖다.
아닌게 아니라 백화점 매장의‘지리’는 복잡한 면이 있다. 여기엔 고객들을 최대한 오랫동안 붙잡아 두려는 백화점의 전략이 숨어 있다. 가령 승강기의 상행선은 정문에서 가까이 배치한다. 들어오는 고객은 쉽게 다른 층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하행선은 그 반대편에 둔다. 나갈 때는 한바퀴를 더 돌게 해 쇼핑충동을 자극하려는 의도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매장이나 시설은 지하 또는 맨 윗층에 둔다. 손님을 골고루 분산시켜 동반매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지하 슈퍼마켓에서 가격이 싼 상품을 사면서 마음이 헤퍼진 손님들을 위층으로 올라가게 유도한다.
또 파격적인 가격의 할인전이나 이월상품전은 대개 맨 위층에서 연다. 교양강좌나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홀 스포츠센터 등도 마찬가지. 목적이 뚜렷한 고객들을 꼭대기에 끌어들였다가 아래층으로 내려보내려는 것.
주의깊은 소비자라면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한결같이 경음악뿐이라는 점을 눈치챌 것이다. 손님을 쇼핑에만 ‘푹 빠지게’ 하려면 가사를 따라 흥얼대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
백화점은 이렇게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쓰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한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도 백화점에 갈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