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日) 합작으로 휴대전화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생산라인은 24시간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상덕(李相德)사장은 “수출 오더가 넘쳐 회사 창립 기념일인 1일에도 라인을 쉴 수 없었다”고 즐거운 비명.
70년대 한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이름을 날렸던 마산 수출자유지역. 80년대 중반 이후 침체를 거듭하면서 거의 잊혀졌던 이곳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재정비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등 한발 앞선 구조조정 노력이 열매를 맺어 올들어 제2전성기를 맞고 있다.
마산에선 요즘 “수출자유지역내 업체에서 근무하면 일등 신랑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깥에선 정리해고다 임금삭감이다 뒤숭숭하지만 이 지역의 경우 오히려 신규 고용이 늘고 있는 상태. 1월 현재 고용 인원은 1만4천6백12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천1백여명이 늘었다.
IMF체제 이후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도 크게 늘어날 추세다. 이 지역의 3월 수출실적은 2억6백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가 늘었다.
한국소니 장병석(張炳錫)사장은 “바깥에서는 ‘패닉(정신적 공황)’ 현상이 일어날 정도라는데 수출자유지역은 정반대”라며 “신용장을 개설할 수 없다는 말도 전혀 실감이 안난다”고 말했다.
1970년 태어난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전성기는 8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르면서 차츰 빛이 바랬다.
입주업체들은 3만6천명이던 공단 식구들을 절반 이상 감축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줄여나갔다. 오디오 TV 등의 완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라인도 90년 이후 디지털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 고부가 하이테크 제품으로 바꿔 나갔다.
이것이 생산성 회복의 기폭제가 됐다. 87년 3만5천명이 14억달러를 수출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불과 1만2천명만으로 2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핀란드 노키아가 100% 출자해 만든 노키아티엠씨는 불과 7백여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5억달러를 수출, 마산의 수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재욱(李梓旭)사장은 “휴대전화를 생산해 국내에 팔아 봤자 부품을 대부분 수입하는 데다 로열티까지 지급하면 오히려 국내의 자금이 해외에 유출되는 결과가 되는 셈”이라며 “전량 해외로 수출하는 게 달러도 벌고 오히려 애국하는 길이 아니냐”고 설명한다.
올해 수출 목표를 8억달러로 올려잡은 이 회사는 제조업체 가운데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최근 본사로부터 1천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외자유치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마산수출자유지역〓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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