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퀵서비스]촌각 다투는 「二輪 메신저」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16분


《동맥경화증을 우려할 만큼 비대해진 거대도시 서울. 이곳의 막힌 혈관을 뚫고 숨통을 틔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오토바이에 인생을 걸고 내달리는 퀵서비스(오토바이 택배업)의 라이더(Rider)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무언가를 전달하는 일.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서류와 작은 물건이 대부분이다. 현재 서울에서 영업중인 퀵서비스 업체만도 줄잡아 4백여개. 1만5천∼2만명의 라이더가 도심 곳곳을 속속들이 누빈다.》

국내에 퀵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10년전. 일본의 오토바이 택배업을 본뜬 ㈜퀵서비스(사장 임항신)가 영업을 시작한 93년부터 본격화됐다.

원조는 세계 최대도시 뉴욕의 월가. 어깨가방을 메고 자전거로 도심을 누비는 메신저가 주인공이다.

퀵서비스의 시장규모는 상상 외로 크다. IMF사태로 시장규모가 위축됐다고는 하나 그래도 1천5백억∼2천억원 규모. IMF사태이전 라이더의 한달 수입은 2백만∼3백만원. 대기업체 부장이상 수준이었다. 프로급 라이더는 5백만원까지 벌었다. 그러나 일감이 떨어진 요즘은 한달에 1백만∼2백만원이 보통.

라이더는 보통 하루에 10∼15건을 배달한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른데 도심은 5천원. 서울의 끝에서 끝, 예를 들면 김포공항에서 도봉구 상계동 정도면 1만5천원을 받는다. 라이더에게 시간은 곧 돈. 그래서 타이어에 고무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닌다. 프로급 라이더의 배달시간은 구로동에서 광화문까지 15분, 서울시내는 아무리 멀어도 45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라이더의 업무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위험에 노출돼있고 온종일 매연을 마시니 기관지가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틈만 나면 ‘용각산’을 털어넣거나 돼지비계를 먹는다.

한겨울의 ‘면도날 바람’과 ‘빙판길’, 장마철 수중운전은 고역중 고역.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는 라이더 중 30∼50%가 직장을 뜬다. 요즘은 이직률이 10%이하. 이 모두가 다 IMF 덕분이다.

7년경력의 라이더 이호경(李鎬卿·38)씨는 “눈치볼 필요없고 해고될 염려도 없다”며 체력이 닿는 한 계속하겠다고.

퀵서비스의 주고객은 기업의 영업부와 홍보부. 제품 설명서나 샘플을 거래처에 전달하거나 홍보자료를 언론사에 배달하는 일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앞으로는 개인 심부름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빨리빨리서비스’ 조우석(趙于奭)사장의 전망.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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