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영21세기컨설팅의 문앞에 붙어있는 회사의 별칭이다. 향영컨설팅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거래업체가 부도가 나지 않을지, 은행빚이나 외상매출금은 제때 갚을 수 있을지를 조사 평가해주는 회사다. 이런 회사가 미국에는 이미 1천여곳, 일본에서도 10여곳이 성업중이지만 한국에는 흔치 않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신용평가 3사가 있긴 하지만 기업들의 내밀한 신용상태를 파고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향영컨설팅 이정조(李定祚·45)사장은 회사설립전 투자금융사와 보험사에서 15년간 심사업무만 담당하면서 단 한 건의 부실채권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95년4월 향영컨설팅을 설립, 3년여 동안 ‘우량기업을 잘 골라낸다’고 인정받았다. 금융계에서는 ‘부도박사’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 가전회사인 미국 GE에 신용리스크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
그는 “사와 거래하십시오. 컨설팅 계약기간 안에 부도가 나면 컨설팅비용을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콕’ 찍어준다. 신용평가회사처럼 기업에 A,B,C 등급을 매겨 고객에게 “알아서 고르라”고 던져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향영컨설팅은 현재 12개 금융기관, 6개 기업에 믿을만한 중소기업을 찍어주고 있다. 특히 서울은행에는 ‘앞으로 2년내에 부도가 나지 않을 기업’을 추천해줬다.
이사장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장사 밑천 드러난다’며 한참을 꺼리다가 조금 털어놨다.
“재무제표에 나와있는 숫자들은 요즘처럼 신용경색이 심각한 상황에선 무의미합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및 상환 등 현금흐름, 영업부문의 역동성, 경영진의 관리능력 등 비재무적인 요소에 대한 판단을 주로 하지요. 해당기업과 은행의 관계가 좋은지도 중요한 잣대입니다.”
그는 요즘 새 일거리로 바쁘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컨설팅이다.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자문해주는 것.
“채권자의 입맛에 맞춘 화의나 법정관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업이 살아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자문해줍니다. 우리 회사를 통하면 변호사에게 그냥 맡길 때보다 비용도 40%정도 쌉니다.”
해태그룹 경인리스 등 5개사의 법정관리 및 화의안을 자문했다. 이사장은 법정관리나 화의를 받는 기업에 외국계 펀드의 자금을 유치해주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계 벌처펀드(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3곳과 협의중이다.
“서울 한복판의 은행이 3년안에 망한다.”(95년4월)
“부실채권을 없애려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95년10월)
그가 신문 칼럼을 통해 밝힌 이런 예측과 제안은 당시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정확한 선견임이 입증됐다.
“기업의 신용을 보고 대출하는 것이 담보를 잡고 해주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의 지론이다.
▼ 약력 ▼
△전북 전주출생 △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0년 한양투금(보람은행 전신)심사부 사원 △82년 동아투금(나라종금 전신)심사부 대리 과장 △89년 국민생명보험 자산운용부장 △95년4월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설립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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