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있을 때였다. 무심코 뒤를 돌아본 오부장의 눈에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앤디 그로브회장이 보였다.
오부장은 “‘전사원은 모두 평등하다’는 인텔의 기업 문화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간 매출액이 2백억달러에 달하는 인텔에 회장 전용 운전사도 전용 주차장도 없다. 그로브회장이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건물을 몇 바퀴씩 맴도는 모습도 인텔에선 낯설지 않다. 회장실이 본사 5층 한편에 자리한 2평 남짓한 칸막이 사무실이라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오부장은 “인텔은 기업이 커갈수록 갖기 쉬운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철저히 배격한다”고 설명했다.
업종의 특성상 창의성이 관건인데 상하 위계를 따지고 절차를 따지다 보면 남보다 한발 뒤지게 마련이라는 것.
이같은 평등주의가 가장 잘 반영된 제도가 평사원과 관리자를 이어주는 ‘멘토(Mento·조력자)’프로그램. 평사원이 업무상 문제에 부닥치면 관리자 가운데 누구든 멘토로 선택할 수 있다. 상급자는 멘토로 지명되면 반드시 응해야 하며 이들은 일대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버디(Buddy)’프로그램도 비슷한 제도. 새로 입사한 직원을 선임자와 6개월∼1년간 묶어두는 제도다.
버디가 된 선임자는 △일대일 미팅 △점심식사 같이하기 △일주일에 한번 전화하기 등을 통해 신입사원이 신속하게 회사 업무와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이끌어준다.
인텔 본사의 이런 ‘열린’ 분위기는 인텔코리아도 마찬가지. 상사와 부하간엔 언제 어디서든 의사소통의 문이 완전히 열려있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아랫사람이 아무 때나 윗사람에게 수정을 건의할 수 있다. 사장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인텔은 이런 분위기를 ‘건설적인 대립(Constructive Confrontation)’이라고 정의한다.
그로브회장도 “결정을 내리는데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요구하는 스피드와 기술적 변곡점을 따라갈 수 없다”며 ‘스피드 경영’을 늘 강조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6월호에서 성공 기업문화로 △사물을 새롭게 보는 안목과 항상 변신할 수 있다는 자세를 길러줄 것 △전사원의 열의와 자부심을 키울 것 △사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도록 할 것 △과감히 실천할 것 등을 들었다.
오부장은 “인텔은 그 모든 조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