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민들 중에는 아직도 ‘못 믿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하도 많이 속아서 이번에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전체 주민중 그린벨트 안에 거주하는 인구가 93%나 되는 ‘그린벨트구’다. 강서구 주민의 60%가 조상 대대로 이 곳에서 살아왔다. 이중 절반은 지은 지 30년 이상 된 20평 이하 주택에서 산다. 재정자립도는 27%로 전국 시군구중 꼴찌.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땅값이 비싼 곳에 속했던 이 곳은 그린벨트에 묶이면서 서서히 쇠락 일로를 걸었다. 어느 누구도 강서구가 그린벨트로 묶인 이유와 배경을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강서구 옆 부산 사상구와 김해시에는 산중턱까지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섰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단 강서구 일원을 전면해제한 뒤 그 뒤 도시계획에 따라 보존지역을 새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대표들은 “전면 해제를 하더라도 허용 용적률이 낮고 지반 자체가 연약하기 때문에 난개발이나 투기는 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개업자 최상욱씨는 “땅값이 작년 10월 수준에서 30∼40% 떨어진 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정부 발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당장 전세금이 오르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시가지 주민들은 “그린벨트가 풀려 논밭에 집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시가지 땅값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나름대로 손익 계산을 했다.
27년 만에 이뤄지는 그린벨트의 대수술을 앞두고 대구 경북 경남 지역 주민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구 수성구 동구 달성군 주민대표들은 최근 “대도시 주변 그린벨트를 선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공청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 마산 진주 통영권 주민들은 “연말까지 정말 풀리기는 풀리는 거냐”며 향후 일정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경남도 관계자는 “부산 주변 그린벨트 안에 최근 재벌급 업체들이 사들인 땅만해도 수백만평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혜택이 원주민들이 아닌 외지인들 차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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