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매일밤 시아버지(62) 시누이(33)와 함께 ‘달밤의 줄넘기’를 한다, 아칫아칫 걷는 두살배기 아들 민석이가 끼겠다는 것을 말리며. 1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온가족이 함께 외식.시어머니는 며느리 덕분에 피자에 맛을 들였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E메일을 주고 받거나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저희는 평범하죠.”
정씨는 96년10월 같은 백화점 직원인 김용구(金容求·31)씨와 결혼해 답십리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7월 왕십리 시댁으로 옮겼다. 육아 때문. 당시 시어머니(58)는 “너희 둘이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어떻게 얼굴을 보니?”라며 합가를 만류. 정씨도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아침 밥은 지어야 하나’ 등의 걱정으로 시댁살이가 두려웠다.
그러나 정씨는 요즘 잘 합쳤다고 생각한다. 시부모의 ‘열린 마음’ 덕분. 시어머니는 정씨 내외가 합가한 후 용돈 겸 육아비 매달 20만∼30만원을 주려고 하자 “IMF시대인데…”하며 받기를 거절했다. 한 달 전엔 시어머니와 정씨의 생일이 똑같은 날이어서 보약을 맞선물하기도 했다.
시아버지는 수시로 “친정에 전화는 했니?”라며 묻는다.
정씨는 ‘작은 효’를 실천하고 있다. 아침밥은 시어머니가 준비하지만 오전8시반까지 나온 그릇은 꼭 설거지하고 출근. 밤에는 시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민석이를 침실로 데리고 온다. 정씨는 시부모님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일 땐 간호사답게 꼭 영양주사를 놓아 준다.
정씨는 지난해말 3년 째 시부모님께 연하장을 보냈다. 함께 살고 있지만 연하장은 우편으로 받아야 더 기쁠 것으로 생각해 ‘빠른 우편’으로 보냈던 것.
‘아버님 어머님, 저희 내외 이끌어주시고 손주 민석이 힘들게 돌봐주신 것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잘 모실게요… 아들 내외’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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