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ICN 텔레콤 김태윤 사장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난 두 개의 인생을 살아요.” ICN텔레콤 사장 김태윤씨(31).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 런던대 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사. 1m79의 호리호리한 몸에 강단있는 얼굴이다. 2년반 전 어머니께 3천만원 빌려 사업 시작. 자본금 30억원의 통신회사로 키웠다. 싼 요금의 국제전화서비스로 5개월새 40억원 매출.

▼하나,전쟁같은 삶 ▼

아침 9시반쯤 출근. 늘 전장에 나서는 마음이다. 미국 홍콩 이탈리아의 자회사, 한국통신 데이콤, 외국 사업자와 하루 60여통 통화. 네다섯차례 미팅.

퇴근 무렵엔 ‘입도 벌리기 싫을 정도로’ 기진맥진. 멍해진다. 거의 매일 저녁식사 약속. 어떤 날은 저녁을 세번도 먹었다. 한달에 열흘은 해외출장. 작년엔 비행기표값으로 1억5천만원을 썼다.

“성공이요? 아직 시작도 안 한 걸요.” ‘아시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다국적 통신회사’를 만들고나서야 그는 ‘성공’을 얘기할 모양이다.

▼둘,또하나의 하루 ▼

밤10시, 하얏트호텔의 바 ‘핼리콘’. 의자 8개가 그의 ‘친구들’로 하나둘 채워진다. 영화평론가 작가 음식점주인 운동선수 사업가…. ‘절대 일 얘기 안 하기’가 불문율. 위스키를 한두잔 기울이며 음식 얘기, 음악 얘기, 영화 얘기. ‘나무’만 봐오다 그제사 ‘숲’이 보인다.

밤 11시반, 동네 전자오락실. ‘검은 차에 기사까지 딸린 사장님’이 고등학생들 틈에 섞여있다. 딴생각없이 온전히 몰두할 수 있어 오락이 좋다. 결혼하면 집에서 아내와 함께 오락하는 게 꿈.

피아노? 재즈바에 가면 건반 앞에 앉는다. 기타? 술집밴드의 기타를 빼앗아 친다. 비디오가게엔 안 본 비디오가 거의 없다. “자기 전에 한시간 반만 투자하면 돼요.” 새벽4시반. 아버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릴 때쯤에야 눈을 붙인다.

▼셋,나만의 전략 ▼

“자신을 프리젠테이션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회사를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겠어요?” 패션은 그의 강력한 무기. 단정하게 절제되어 신뢰감을 주는 옷만을 고집한다. 슈트는 계절별로 서너벌, 셔츠 20벌, 넥타이 1백개, 구두 여덟 켤레.

팔굽혀펴기 2백번을 예사로 하던 막강 체력. 요즘은 운동이라곤 ‘술잔 올리는 팔운동’밖에 못해도 쌩쌩하다. 매일 아침 1ℓ들이 맥주잔으로 들이키는 차가운 생수가 건강 노하우. 대만산 우롱차도 하루 열 잔씩 타마시며 속을 다듬는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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