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임무는 이처럼 엄숙하고 명예롭다. 다만 언론의 명예가 그동안 언론인 자신에 의해서는 물론이고 언론보도로 영향을 받는 외부 세력에 의해서도 훼손되었다. 필자의 ‘옴부즈맨 칼럼’도 동아일보가 언론에 부여된 명예로운 임무를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느냐가 그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먼저 동아일보의 의미있는 지면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언론의 으뜸가는 임무인 권력에 대한 비판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력의 회복은 보도와 논평에서 함께 잘 나타난다.
최근 동아일보 사설은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을 통해 여론 형성을 선도했다. 지난 주만 해도 ‘공공개혁 허망하다’(4월13일) ‘식품오염, 알려줘야 아나’(4월15일) ‘과학기술 두뇌가 떠난다’(4월16일) 등 거의 매일 현실 적합성(Currency)이 높은 사설을 싣고 있다. 특히 이들 사설의 논지가 엄격한 사실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도 높았다.
정치 기사의 처리도 많이 좋아져 동아일보의 전통적 강점이 되살아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 기사를 다분히 사건 기사 보도하듯 했는데 최근에는 정치의 흐름과 맥락을 중점 보도하고 독자에게 해석의 시각을 제공하는 등 정치 기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동아일보에 대한 평판이 최근 많이 좋아지고 있음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사실 비판에는 진실확인 노력,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논증능력, 면밀성과 용기 등 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비판이 없어서는 안된다. 사실에 입각한 건실한 비판은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판없는 신문은 짠맛을 잃은 소금에 비유된다.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신문은 신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널리즘의 임무가 그런 것이다.
다만 동아일보가 최근의 편집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나가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세계의 유수한 권위지들은 모두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의 편집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했기 때문에 오늘날 그런 명예와 권위를 얻게 된 것이다.
끝으로 지난주 동아일보 보도 가운데에서 부실하게 처리된 주요 기사 2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지연운행 투쟁’(13일자 A23면) 기사는 안일하게 처리됐다. 이 투쟁은 19일 전면 파업의 전단계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하철 파업은 피해를 보는 제삼자(일반 시민)의 규모가 매우 큰 중요 사태다. 그렇다면 노사간의 핵심쟁점, 협상이 결렬된 결정적 원인, 가능한 해결방안 등을 심층 보도하여 직접 불편을 겪는 시민의 알 권리에 부응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제2의 대도(大盜)’사건도 17일자 A1 A3 A27면에 걸쳐 보도하고 있으나 유종근전북지사가 도둑맞았다는 3천5백만원의 출처에 대해 유지사측의 해명이 엇갈리고 있는 사실과 용의자 김강룡씨가 1백달러짜리 미화를 호텔숙박비로 사용했음을 확인한 사실이 무슨 이유인지 누락됐다.
이민웅<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