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는 조선 세조 때 김시습이 한문으로 쓴 최초의 소설작품이다. 금오신화는 다섯편으로 되어 있는데 첫 작품이 ‘만복사 저포기’다. 만복사 절에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던 양생이란 청년에 대한 이야기다.
서양의 발렌타인데이처럼, 그 당시에는 삼월 이십사일에 고을의 젊은 남녀들이 만복사에 찾아가 향불을 피우고 저마다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이날 양생은 만복사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에게 저포놀이로 내기를 건다. 저포놀이에서 부처님이 지면 아름다운 여인을 점지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며 저포를 던졌는데 양생이 이기게 된다. 그러자 법당에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들어와 인연을 맺어 살게 되는 전기소설의 일종으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요즈음 TV 드라마에서도 가끔 다루어지는 영혼과의 사랑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매우 흥미로운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잘 읽혀지지 않는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저학년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을 읽기 전에 배경분석을 해주어서 동기유발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만복사 저포기’는 전라도 남원의 만복사 동쪽 골방 앞뜰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장소가 바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게 해주는 신비의 장소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양생은 흰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 배나무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데 문득 공중에서 말소리가 나며 사건의 발단이 주어진다. 영화속에서 수퍼맨이 자신의 몸을 빙그르 돌리면 흰 연기가 나며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듯이 말이다.
정태선(활동중심 언어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