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소재 등에 쓰이는 합성수지 아크릴로리트릴(ABS)을 판매하는 그는 올들어서만 벌써 2000만달러(약 230여억원·2만4000t)어치를 팔았다. 국내 ABS영업사원들의 월평균 매출이 300∼500t인 것과 비교하면 ‘신화’에 가까운 수치.
영업이라고는 해본일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이처럼 중국시장에서 ‘영업 황제’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생존 게임’속에서 승리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 주변의 분석.
경북대 무역학과를 나와 88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줄곧 구매부서에서 일했던 그는 95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 아침 저녁으로 중국어 강의를 듣던 그는 95년 LG화학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근무자로 선발됐다.
당초 공장설립을 위한 업무를 담당했지만 2년뒤인 97년 영업을 자원했다. 영업부문 경험이 전혀없는 ‘생초보’가 다른 나라도 아닌 중국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겨져 회사측 반응도 냉담했다.
그러나 그는 자가용은커녕 변변한 교통수단마저 없는 중국 동남부 시골도시 닝보(寧波)에서 경운기 엔진을 개조해 만든 달구지같은 버스와 인력거를 타고 50여개 도시 50만㎞를 누볐다.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속에서 샘플 꾸러미를 들고 가다 더위를 먹고 쓰러진 경험도 있다. 타고가던 버스가 뒤집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다른 중국 화학공장들과는 달리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발로 뛰며 거래선을 확보한 그의 ‘게릴라식’전법은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닥치는대로 전화번호부를 뒤지고 거리의 광고판을 메모하며 판매처를 개척한 그는 영업 시작 첫달에 1000t 판매를 기록한 이후 3년만에 월 6000∼7000t을 파는 일류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LG화학 중국공장의 생산능력이 그의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 공장 증설을 계획할 정도.
“일년내 휴일이 열흘도 안됩니다. 24시간 핸드폰을 열어놓고 부르면 달려갔지요. 고객과 믿음을 쌓으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중국에 관한 한 최고의 영업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뛰겠습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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