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과 인도의 최대위성방송사인 지TV(Zee TV) 회장인 찬드라는 94년부터 절반씩의 지분으로 ‘아시아 투데이 사(ATL)’를 경영해온 사이. ATL은 홍콩 스타TV와 지TV의 브랜드 아래 여러 케이블 및 위성 채널을 운영해오고 있다.
밀월이 깨진 이유는 찬드라의 ‘텃밭’인 인도 시장을 놓고 머독과 찬드라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 머독은 스타TV의 연예오락채널 ‘스타 플러스’의 힌두어방송을 케이블TV로 내보내겠다고 나섰다. 최근 인도 정부는 스타TV를 케이블TV로 중계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인도의 케이블TV시장은 1800만 가구.
찬드라 회장은 이와는 180도 다른 입장. 스타 플러스가 힌두어로 케이블TV로 방영될 경우 위성방송인 지TV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법정 투쟁을 불사하며 ‘적과의 동침’에서 벗어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재판은 찬드라 회장이 런던의 고등법원에 계약위반을 이유로 고소한데 이어 머독도 맞고소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싸움은 머독의 세계 미디어 ‘사냥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꼽힌다. 머독은 60년대 영국, 80년대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도 교두보를 확보한 뒤 기회를 노리다가 ‘잡아채는’ 전략을 구사했다. 머독이 한국에서 스타 플러스 채널을 한국어로 방영하려 할 경우 어떤 대응책을 세워야할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편 머독은 98년 2월 국내 위성방송사업체인 DSM에 1500여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나 통합방송법안이 표류하자 지난 7월 파견직원을 철수시킨 바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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