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LG상사 신대섭대리의 압구정동 '아로제'

  • 입력 1999년 9월 13일 18시 33분


“이 곳에 오면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무중력으로 푹 잠기는 기분이에요. 그런 부드러운 느낌과 에스프레소의 강한 맛이 잘 조화되죠.”

LG상사 패션사업2팀 신대섭대리(34)는 오늘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에스프레소 바 ‘아로제’에 들어선다. 길가 반대쪽의 정사각형 테이블이 그의 자리.

“늘 마시던 것으로 주세요.”

에스프레소(5000원)가 작은 잔에 담겨나온다. 맘씨 좋은 주인언니는 직접 구운 달콤한 쿠키(1500원)도 슬그머니 놓고 간다.

“에스프레소를 리필해주는 곳은 여기뿐인 것 같아요.”

밤색 나무로 된 마루와 벽장식, 테이블과 의자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옛날 재봉틀이나 오래된 저울같은 앤티크소품들과 띄엄띄엄 장식된 드라이플라워 벽걸이도 빛바랜 사진 속 풍경처럼 한데 어우러진다. 그 사이를 몽환적으로 흐르는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연주곡.

“지난 겨울 우연히 발견했어요. 압구정동의 번화한 거리와는 떨어진 이 골목길에서 ‘정리되지 않은 솔직함’을 느끼고 즐거웠죠.”

여성복브랜드 ‘로제’의 기획 구매 영업을 몽땅 맡아 하느라 밤샘작업이 잦지만 “피할 수 없을 땐 즐기자”는 생각으로 일에 몰두한다. 이 곳은 혼자서 책 펴놓고 일하기에도 좋다.

“마음 깊숙한 얘기를 하기 좋아요. 오래 만나왔는데도 뭔가 거리를 느끼는 사람들, 친한 것 같은데도 말을 아끼게 되는 사이라면 여기 한번 와보세요.” 오전10시∼밤11시반. 02―3446―8090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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