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화 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거울’은 황폐하고 고단한 인생에 대한 회한과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찬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논리적 서술방식을 갖춘 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엔 낯설 만큼 이 영화에서는 현실과 환상, 개인의 추억과 역사적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화면이 뒤얽혀 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여배우 마가리타 테레코바에게 감독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주인공 알료샤의 어머니와 아내라는 1인 2역을 맡겨 일부러 시간의 매듭을 없앴다. 이를 통해 아버지 없이 쓸쓸하게 자란 소년(과거)과 부부 관계에서도 실패한 중년의 남성(현재)은 서로 끈을 놓지 못하고 줄곧 교차된다.
오락적인 흥미를 끌 만한 요소는 전혀 없지만 아버지 없는 집의 적막한 풍경, 10대 때부터 전쟁에 휘말려 눈물 젖은 눈으로 언덕에 서 있던 소년,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하고 아들과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에피소드들은 깊은 슬픔을 담고 있다. 성인이 된 알료샤는 “앞으로 뭐든 가능할 것 같아 어린 시절의 꿈을 꾸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쓸쓸한 사실은 그게 ‘꿈’에 불과하다는 것. 예술영화 팬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영화다. 출시사 베네딕도 미디어(02-2279-7429). ★★★☆(만점〓★ 4개. 평점 출처〓‘레너드 멀틴의 2000 무비&비디오 가이드’)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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