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충무로]이강복/"30,40대여 한국영화 좀 봅시다"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04분


영화 ‘쉬리’가 일본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데 이어 ‘춘향뎐’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함으로써 바야흐로 한국 영화가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제작사나 감독이 좋은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산업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충분한 수요기반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한국 영화는 10대 20대 젊은이들의 관심과 취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시장기반이 취약해 영화가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1년 동안 우리 나라의 영화관람 연인원이 5000만명(1인당 연간 평균 영화관람 편수 1.1편)에 불과한 현실에서 한국 영화 제작사들끼리 서로 적대적 감정까지 가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이다. 그런데 최근 수요 확충과 관련해 몇 가지 고무적인 현상들이 나타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첫째, 새로운 극장 개념인 멀티플렉스의 본격적 등장이다. 여러 장르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해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락 쇼핑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원스톱 엔터테인먼트 센터’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멀티플렉스는 탁아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젊었을 때 영화 팬이었으나 지금은 영화로부터 멀어진 30대 40대도 마음 편하게 영화관람을 할 수 있게 됐다.

둘째, 한국 영화의 해외수출이 매우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올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 가본 필자는 동남아인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 영화는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수요를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국내 기반을 갖추는 것. 이러한 국내 수요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30대, 40대 장년층이 우리 영화로 돌아오는 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30대 40대 여러분, 이제부터라도 한국 영화 좀 봅시다. 옛날과 비교해 작품수준이나 극장시설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십니까?”

이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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