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게임]만화-게임-영화 서로 '넘나들기' 유행

  • 입력 2000년 5월 28일 21시 33분


만화가 다른 여러 문화 영역으로부터 상상력을 수입하고 있다. 만화의 게임화나 영화화는 시작된 지 오래이나 최근엔 거꾸로 그들이 만화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넘나들기다. 소설을 만화화하거나 영화를 만화로 만드는 전략도 이미 등장했다.

최근 출간된 만화 '진·여신전생 칸'은 게임이 원작이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회사 '아틀라스'가 92년 발표했던 3D RPG게임 '진 ·여신전생'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참고해 만화로 각색한 것이다. 악마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게임이라 만화로 수입되는 모양이 자연스럽다.

만화 '클릭! 클릭! 데자뷰'는 조금 다르다. 주간지 '쎈'에 연재 중인 이 만화는 프로 게이머를 꿈꾸는 학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아예 게임 자체를 소재로 끌어들였다. 우연히 마술적인 컴퓨터 속에 빨려 들어간 주인공은 '스타크래프트'의 세상 속으로 던저져 하나의 게임 캐릭터가 된다. '스타크래프트' 속의 종족인 저그나 테란 등을 키워 전쟁에 내보내기도 하고 주인공이 스스로 프로토스 적군와 대결하기도 하는 식이다.

만화잡지 '소년챔프'에 96년부터 연재중인 '파이트볼'도 빼놓을 수 없다. '파이트볼'은 플레이 스테이션용 격투 게임인 '철권'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이야기는 작가가 만들어가므로 게임과 다르지만 '카자마 진' 등 인기 캐릭터를 출연시키고 있다는 것은 인기비결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게임 '철권2'가 발매되었을 때는 '파이트볼'의 판매부수도 덩달아 늘었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다.

소설이 만화로 변환된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6권으로 마친 만화 '나는 사슴이다'가 그렇다. 소설가 조은하가 쓴 풋풋한 남매의 성장이야기를 그림작가 채안나가 만화로 옮겼고, 결말이 모두 공개된 뒤 그 이야기가 다시 2권의 소설책으로 묶였다.

가장 특이한 예라면 영화 시나리오를 만화화한 'Secret'을 들 수 있다. 6월3일 개봉되는 영화 '비밀'의 박기형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인기작가 박희정이 연재만화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만화 'Secret'은 영화의 내용을 살짝살짝 보여줌으로써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훌륭한 예고편 역할을 한다. 추리의 얼개를 갖고 있어 끝이 알려지면 시시해지는만큼,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만화가 나름대로 이야기를 바꿔도 좋다는 약속이 돼 있다. 영화홍보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영화도 만화만큼 재밌을까?' '박희정님이 너무 좋으니 영화도 꼭 봐야지'하는 내용의 글들이 적잖게 올라온다.

이렇게 장르 넘나들기가 시도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콘텐츠가 중요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장르에 상관없이 여러번 사용해야 부가가치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만화도 예외일 수 없다.

<김명남기자> 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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