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디오로 듣는 '만화열전' 재미있고 신선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에드(표영재):뭐? 정말로 감독한테 주먹을 썼단 말야? 으하하하 쥴, 잘했다.

엘비스(이창훈):(조심스럽게)그럼…너 또 해고됐겠구나. 이번 달 집세는 냈어?

쥴(이선주):못냈지.

(밥 딜런의 ‘One More Cup of Coffee’깔리고 까페의 웅성거림과 찻잔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무슨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9시40분부터 20분간 MBC 라디오(AM 900KHz)에서 방송하는 ‘만화열전’의 녹음 장면이다.

‘만화열전’은 인기 만화를 드라마로 각색해 성우들이 연기하는 ‘귀로 듣는 만화방’. 4월 17일 무협만화 ‘열혈강호(전극인 양재현 작)’로 시작했다. 지금은 가수 김장훈이 나레이터로 열연했던 ‘열혈강호’를 36회 분량으로 끝내고 순정만화 ‘호텔 아프리카(박희정 작)’를 방송하는 중.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엘비스’ 역은 탤런트 이창훈이 맡았다. 나머지 배역은 성우들의 몫. 안지환 표영재 이선주 등 팬클럽까지 몰고 다니는 인기 성우들이 총출동했다.

‘호텔 아프리카’는 짤막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지는 만화라 매일 다른 이야기가 선보인다. 광고를 뺀 알짜 방송시간은 약 15분 정도. 그 안에 이야기와 노래가 담긴다. 성우들이 펼치는 대화가 ‘만화열전’의 주역이라면 중간중간 삽입되는 서너곡의 노래는 빛나는 조연. 주인공들의 갈등이 풀어지는 장면에선 김광민이나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곡이 들어가고 즐거운 회상 장면엔 카디건스의 흥겨운 록이 곁들여지는 식이다.

‘호텔 아프리카’가 끝나면 후속작 ‘레드문(황미나 작)’이 이어진다. 이번엔 탤런트 최화정이 나레이터로 출연한다.

만화가 게임으로도 만들어지고 인터넷에도 연재되는 세상이지만 만화감상의 요체인 ‘보기’를 빼고 ‘듣기’만으로 재구성한다는 건 모험적인 시도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청취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까지 그 시도가 성공적임에 틀림없다. 원작만화의 팬들, 주연 탤런트의 팬들, 성우의 팬들 모두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물론 장애물도 있다. 이전의 ‘열혈강호’는 워낙 복잡한 이야기라 만화를 읽지 않고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청취자는 “‘호텔 아프리카’에 등장하는 동성애 관계를 라디오가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20분만에 펼쳐 보이려면 생략이나 각색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원작을 그대로 담으려고 애를 씁니다.” ‘만화열전’을 연출하는 진현숙 PD의 대답이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