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의 집.com]'100점짜리 살림' 비결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28분


‘센스있는 여자, 또순이 주부’.

살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감각있는 주부가 알뜰하기까지란 좀처럼 쉽지 않다. 세련된 감각이 좋은 걸 누가 모르나. 돈이 없어 그렇지. 또 돈을 아끼다 보면 감각을 살리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

하지만 올해로 주부경력 20년째인 서정희씨(39)만큼은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주부로 정평이 나있다. CF모델이나 연예인으로서 풍기는 센스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집안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지독한 살림꾼’이다. 서세원의 아내, 동주와 동천이 엄마로서 더 유명한 것도 그가 가정을 꾸려 가는데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

그는 식탁하나를 살 때도 징그럽도록 깐깐하다. 식탁이 들어갈 자리를 몇 시간이고 눈으로 잰 다음에야 컨셉트를 결정하고, 그러고도 10여곳의 가구점을 찾아다닌 뒤에야 구입여부를 정할 정도. 그러니 물건하나 사는데 며칠씩 걸리는 것은 보통이다.

서씨의 사전에 ‘얼렁뚱땅’이나 ‘대충대충’ 같은 단어는 없다. 단 한번의 의사결정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변수를 모으고 그런 다음에야 자신만의 노하우와 개성을 담은 모델을 찾는다. 그 바람에 주위로부터 “좀 지나친 게 아니냐”는 말도 듣고 ‘이상한 여자’ 취급도 받지만 서씨는 이런 남들의 시선엔 관심도 없다. 오히려 이런 말을 즐기는 편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선택을 믿기 때문이다.

3월 이사한 집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서 가장 낡은, 그래서 대대적인 수리를 하지 않고는 살기 힘든 아파트였다. 깔끔하게 수리된 아파트를 사려면 같은 평형대 다른 아파트보다 1억원이상 더 드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가 ‘볼품 없는’ 집을 고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잘 꾸며진 집에 사는 것은 좀 쑥스럽잖아요. 왠지 남의 집에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문고리 하나라도 내손으로 직접 골라서 정성스럽게 달아야 비로소 내 느낌이 살아있는 내집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씨가 가꾼 집 구석구석에는 그의 개성과 삶의 냄새가 배어난다. 창문가에 달린 비상구 장식, 흰벽에 덕지덕지 붙은 사진액자 등.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물건이 그녀만의 공간연출에 녹아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서씨의 가족 관리도 남다르다. 영화 ‘납자루떼’를 감독하다 주저앉은 남편이 최고의 개그MC로 다시 태어나고 두 아이 모두 미국 최고의 사립학교로 유학을 보낸 것도 알고 보면 서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은 제 삶의 모든 것이에요. 그 외의 역할은 언제나 부수적인 것이죠. 사랑이 넘치는 집안 만들기는 주부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100점 아내’와 ‘100점 엄마’를 목표로 살아온 그가 주부경력 20년의 노하우를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단순한 집안 가꾸기나 살림요령보다는 한 가정의 ‘최고경영자’로서 행복한 집을 만드는 비결을 공개할 계획. 생활 속의 아주 사소한 일, 하지만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일들을 풀어나가는 자신만의 방법도 선보인다. 서정희의 이름을 걸고.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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