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의 주인공인 주한 외국대사를 비롯한 외교관을 통해 취재한 외교활동, 문화생활, 대사관이 제공하는 정보 등을 매주 연재한다. 주한 외국대사관의 웹사이트에 담긴 유익한 정보와 각종 행사도 소개한다. <편집자>》
“어이구 덥다, 더워. 한국에는 겨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데도 여름에는 호주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토니 힐리 주한 호주대사(51)에게는 이번이 한국에서 맞는 세 번째 여름. 호주 대륙에서 기후가 상대적으로 선선한 남부가 고향이어서 더위를 몹시 탄다.
“쉬는 날이면 아내 웬디와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녀요. 여러 가지 액세서리와 주방용품을 사는 게 재미죠. 요즘은 두문불출입니다. 왜냐고요. 너무 더워요.”
외국인이 많이 사는 성북동의 관저에서 가까운 북한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것도 그가 서울에서 터득한 즐거움의 하나. “처음에는 음식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청와대 부근 한식집에서 단골 대접을 받을 정도로 된장찌개와 삼겹살에 푹 빠졌죠.”
그가 서울에 짐보따리를 풀었을 때 한국은 IMF 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었다.
“불과 2년만에 경제위기를 극복해내는 모습에서 한국 국민의 잠재력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저력 있는 국민이기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도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힐리대사는 지난달 평양 순안공항에서 남북한 정상이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이 한국에서 살면서 경험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통일되려면 북한이 개방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호주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해왔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5월 정식 외교관계를 재개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이 호주와의 교역에서 연간 23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호주의 높은 관세율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주는 1차 산물을 수출하는 대신 자동차 컴퓨터 가전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제조업 보호를 위해 높은 관세를 매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2005년이 되면 관세율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호주 이민은 80년대 매년 1400명 규모에서 현재 400명선으로 떨어졌다. 힐리대사는 그러나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한국인의 이민을 얼마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힐리대사는 지방출장을 갈때마다 기차를 이용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국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한국어 문법과 단어를 공부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있게 구사하는 한국말은 택시 잡을 때와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필요한 말 정도. 가장 자신있는 한국말이 뭐냐고 묻자 “아저씨, 성북동 가요?”라고 한다.
한국에서 딱 한 편의 한국 영화를 봤는데 그것은 ‘쉬리’였다. 그는 쉬리가 잘된 영화라는 말을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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