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료정보의 확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진료행위가 자신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복잡한 것만은 아니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하기 쉽다.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을 안다면 그는 고혈압이나 점차 증가하고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발상은 즉각 거부되어 논란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근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위험도가 높은 고질병을 비롯해 여러 질병에 대한 약품의 제조 가능성에 관해 청문회를 가졌다. 물론 몇몇 제약회사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어서는 안될 점은 의사들이 말하는 ‘임상 판단’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나 지식은 질병 연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500년 동안 의술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그의 말은 아직도 진리로 남아 있다.
오늘날 임상의학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에는 의사의 ‘번쩍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 지혜는 장기간의 훈련, 집중적인 사고와 모진 시련 속에서 지속적으로 가다듬어지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은 냉철하게 관찰해 확실한 증거와 유사한 양태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도록 훈련받는다.
그들은 건강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과 임시변통적인 치료법의 차이를 익힌다. 그리고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적용하고 마지막으로 각 환자의 용태를 세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그 치료법을 변경한다.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 외에 판단이 중요하다. 환자가 약국에서 임의로 사먹는 약은 두통 감기 알레르기 등 일시적이고 가벼운 질병에는 유용했다. 그렇다고 신체의 여러 부분에 항구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다스리는 약까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는가.
약품마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다. 만일 약품과 약품이 상호 작용한다면 그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지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스스로 처방을 내려 치료를 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일례로 어떤 환자가 고혈압에 심장병이나 당뇨증세가 있는데 고혈압을 인터넷 상에서 얻은 정보로 스스로 치료를 하려다가 심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제약회사와 입법자들은 히포크라테스의 또 다른 명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질병에 대해서는 두 가지 진료습관을 들여야 한다. 치료를 돕거나 아니면 더 이상 해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
셔윈 눌란드(예일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