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론과 옹호론의 쟁점 비교
폐지론 | 유지론 |
호주제의 부계혈통주의는 남성중심의 봉건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잔재다. | 부계혈통주의는 단순한 남성위주의 제도가 아니라 세계역사의 보편적 산물이다. |
인간의 존엄과 가치, 남녀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 |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합치된다. |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호적에 입적하도록 함으로써 여성이 남성에 종속되게 한다. | 남자도 여자의 호적에 입적할 수 있는 길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낙태를 조장한다. | 호주제가 없는 선진국에서 낙태가 더 많이 자행되며 낙태는 당사자와 정부, 의사의 책임이지 호주제 때문이 아니다. |
“이혼한지 5년 되었고 아이에 대한 친권은 내가 갖고 있다. 나는 호적을 만들 수 있지만 아이는 호적에 올릴 수 없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남자와 3년 정도 사귀고 있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 10억원 정도 되는 건물이 있는데, 만약 재혼하게 되면 재혼한 남편과 그 아이에게 내 재산이 가는 것은 아닌가.” K씨(36·여·결혼 4년 만에 이혼·건물임대업).
호주제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 시민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사연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여성단체들은 민법상의 호주제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호주제가 호주승계순위를 아들, 손자, 미혼의 딸, 처, 어머니 순으로 남성 위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 시민단체들은 호주제에 대해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제의 주범”이라고 비판하며 호주제 폐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림을 비롯한 보수계층에서는 전통과 인륜을 짓밟으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호주제 존폐문제는 우리 가족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로 동성동본의 혼인 허용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폐지론측 주장▼
여성 시민단체들은 호주제가 인간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호주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중이다. 여성단체연합 산하의 호주제폐지운동본부는 인터넷 홈페이지(no―hoju.women21.or.kr)를 개설, 1일부터 위헌신청을 위한 원고모집운동을 시작해 1일 하루에만 벌써 10여명의 접수를 받았다. 가정법률상담소가 운영하는 호주제 폐지 시민운동본부(antihoju.net)에는 지난달 31일까지 20여명이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8일까지 접수를 하고 이들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여성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호주제의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호주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이 남편의 호적에 입적해야 하고,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등 부계혈통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여자는 호주가 될 수 없어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낙태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이혼시 여성은 친가 복적 또는 일가 창립(호적 창설)을 할 수 있으나 그 자녀는 남편의 호적에 남아야 한다. 그러므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도 호적을 함께 쓰지 못함으로써 주민등록상에 ‘동거인’으로 기록되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여성이 혼인외 자녀와 호적을 함께 하고자 할 때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아내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법규정은 부부의 평등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남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 자녀가 입적할 호적이 없어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호주제가 유엔여성차별협약 제16조의 ‘가족성씨 선택의 자유권’에도 위배되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지론측 주장▼
그러나 유림들은 여성 시민단체의 이같은 운동이 우리 사회의 전통과 역사, 인륜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남대 법대 정환담교수는 “호주제는 가족공동체 원칙과 동성불혼 원칙 등을 확립해 가족과 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구실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또 “국가는 호주제도를 기초로 호구와 인력을 관리해왔으며 호주제는 국민 가족제도의 중심원리로 전국민의 가족생활에 관한 실질적 헌법규범이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조준하교수는 지난달 12일 법무부 주최의 토론회에서 “부계혈통은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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