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는 결국 `영원한 챔피언'의 길을 택했다.
김제경(31.삼성 에스원)은 '92바르셀로나올림픽을 비롯,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90년대 국제대회를 모조리 제패한 태권도 세계최강. 자신에게 마지막이 될 시드니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지만 `태권도 영웅'은 양심과 태권도 정신에 따라 진정한 승자로서 기억되기를 원했다.
김제경의 올림픽 출전포기 의사에 따라 2일 오전 10시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남자 +80㎏급 평가전. 팀 후배 문대성(24)과 맞선 김제경은 심판에게 기권의사를 밝힌 뒤 매트 주변에서 대표팀 후배들과 함께 문대성과 김경훈(25)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후회는 없으나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아껴준 주위 분들에게 미안하다"는 게 은퇴 소감. 김제경은 "그동안 최선을 다했고 할 만큼 했다"며 "나 대신 후배가 꼭 금메달을 따줘 조국을 빛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경이 올림픽 출전권 반납 의사를 밝힌 것은 사흘전. 대한태권도협회에 "고질적인 허벅지 근육 부상이 낫지 않아 힘들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협회는 대한체육회와의 협의 끝에 이날 평가전을 열어 김경훈을 올림픽 대표로 선발했다.
지난달 유럽전훈을 무리없이 소화했던 그는 최근 근육이 뭉쳐 찢어지는 증상이 악화된 데다 "부상이 노화에서 비롯돼 완쾌될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 결과를접하고 명예로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제경은 "50-60%에 불과한 신체 컨디션으로 올림픽을 간다는 것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며 "경훈이가 늦게 선발된 데 부담을 갖지 말고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는 따뜻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재현/연합뉴스기자 j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