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후보]레슬링 김인섭 '매트의 독종'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08분


어쩌다 레슬링 국가대표 김인섭(27·삼성생명)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선이 가는 얼굴은 물론이고 1m68의 작은 키에 쑥 빠진 몸매가 레슬링 선수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그레코로만형 58kg급에서 주특기인 ‘변칙 응치걸이’로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매트위의 제왕이다. 99세계선수권 2, 3위를 차지한 멜니친코(카자흐)와 나자린(불가리아), 98세계선수권 준우승자 솅(중국) 정도가 그의 라이벌.

▽모자란 13kg

김인섭은 뒤늦게 빛을 봤다. 보이는 대로 원래 허약 체질이라 힘이 부족했다. 태어날때부터 체중 미달로 부모의 애간장을 녹였다. 초등학교 시절 유도를 한다고 생떼를 쓰자 부모는 “몸도 허약한데…”라며 극구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운동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대구초등학교 5학년때 시도대항 단체전에서 팀에 준우승을 안겼다. 문제는 체중 미달.고교 진학때 유도 최하 체급인 55kg에 13kg이나 모자라 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레슬링.


◀연습중인 손상필과 김인섭(오른쪽)

▽41+5

만년 후보 선수에 머물렀던 그는 98년 상무를 제대하고부터 뒤늦게 빛을 발했다. 이후 3년간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41연승을 달렸다. 98,99세계선수권 98아시아경기대회 99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더 이상 그의 적수는 없었다. 남은 것은 올림픽 금메달 하나.41연승에 5연승만 더 쌓으면 그는 그랜드슬래머로 태어난다.

▽독종

수직상승의 원동력은 타고난 성실성.유영태 대표팀 코치는 “김인섭은 지옥훈련으로 불리는 서키트트레이닝을 한 날 저녁에도 혼자서 타이어를 끌고 다닐 정도로 독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근성이 오늘의 김인섭을 만들었다. 순간 파워가 부족해도 근지구력이 뛰어나 경기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숨돌릴 틈도 주지않고 상대를 밀어붙인다. 파워가 좋은 서양 선수들도 혀를 내두르며 두 손을 들고 만다.

▽형제

그에겐 대표팀 동료이자 친형제인 동생 정섭(25·76kg급)이 있다.동생은 이번 올림픽에 못나가지만 매트에서,숙소에서 심지어 목욕탕에서조차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형 김인섭은 말한다. “동생에게 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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