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사이클]獨 울리히 '금빛 페달' 부활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7분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게 마련’.

세계 사이클의 양대 산맥 얀 울리히(27·독일)와 랜스 암스트롱(29·미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7일 시드니 일원 17.1㎞ 코스를 14바퀴 도는 총 239.4㎞ 구간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독일의 ‘사이클 영웅’ 울리히는 평균 시속 43.64㎞를 기록하며 5시간29분8초로 골인, 2위 알렉사드르 비노쿠로프(카자흐스탄)를 9초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울리히는 올라프 루드비히 독일 대표팀 코치가 구동독 대표로 88서울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낸 뒤 1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구동독의 로스톡에서 태어난 그는 사이클 유망주로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아마추어 시절인 9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프로로 전향한 96년 처음 출전한 최고 권위의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일주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97년에는 24세의 어린 나이로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등극하는 기쁨도 맛봤다. 독일 본에서 열린 환영행사에는 2만여명의 팬이 몰려들 정도로 대단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언론들은 울리히가 투르 드 프랑스에서 4차례나 우승한 ‘은륜 황제’ 미구엘 인두라인을 능가하는 슈퍼스타로 대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호사다마’였을까. 승승장구하던 울리히는 지난해 무릎을 심하게 다쳐 페달 인생을 접어야 할 위기를 맞았다. 눈물겨운 재활과 치료를 통해 다시 사이클에 올라 올 투르 드 프랑스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부상 후유증으로 암스트롱에 이어 2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울리히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암마저 극복하며 투르 드 프랑스를 2연패한 암스트롱은 ‘올림픽 징크스’에 몸서리쳤다. 5시간30분37초를 마크, 13위의 부진을 보인 것. 92바르셀로나 14위, 96애틀랜타 12위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10위권 밖.

명암이 교차한 울리히와 암스트롱은 30일 벌어지는 도로 속도경기에서 또다른 승부를 펼친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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