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발매한 전략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 2’ 확장팩은 노량해전을 소재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활약을 담아내고 있다. 동해도 ‘ Sea of Japan’이 아닌 ‘East Sea’로 표기돼 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Ⅱ’는 4가지 한국관련 아이템을 첨가했다. 이달 중순에 나올 웨스트우드의 전략게임 ‘레드얼럿 2’에서는 한국군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 스토리 중 한국군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소련의 블라디보스톡을 점령하는 내용도 나온다.
레드스톰의 ‘레인보우 식스’는 4번째 시리즈 ‘어번 오퍼레이션(Urban Operation)’에서 서울의 지하철2호선 시청역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무대로 다뤘다. 또한 한국 육군의 제식소총인 K2도 등장한다.
몇년 전 상황에 비하면 이와 같은 외국 게임 개발사들의 한국 끌어안기는 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적인 내용은 고사하고 게임에 등장하는 텍스트만 한글화해도 대단하게 여겼었다. 97년에 나온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1편은 한글화되지 않았을뿐더러 임나일본부설을 바탕으로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99년 나온 후편에서는 아예 조선을 게임에서 빼버렸었다. 98년 4월 발매된 ‘스타크래프트’도 한글판이 나오지 못했고 98년에 나온 ‘피파 99’의 경우 부정확한 한국선수 데이터로 국내게이머들의 빈축을 샀다.
그러던 외국계 회사들의 태도가 급변한 것이다. 아울러 인포그램 하바스 인터플레이 등 굴지의 해외 게임전문 유통사들도 국내에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에 따른 국내게임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이 원동력이 됐다. 급팽창하고 있는 한국 게임시장 비중을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스팟 코리아 역시 미국 본사에 한국 게임계 소식을 알리고자 설립됐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 덕분에 게임은 새로운 한국의 홍보 창구가 되고 있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광재 대리는 “에인지 오브 엠파이어를 통해 500만 명 이상의 세계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은 그 어떤 다른 매체보다 강렬하고 지속적인 이미지를 전파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외국계 회사의 진출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 주장의 요지는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 그러나 외국 게임을 통해 우리문화가 계속 알려진다면 결국 국산게임 수출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김승규(게임평론가 game4kims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