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동국가 순방을 마치고 고향인 가자지구로 돌아오던 칠순의 노(老)정객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70)은 한 검문소를 지나며 버럭 화를 냈다. 자신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보좌관으로부터 독일제 자동권총을 넘겨받아 허리춤에 찼다. 6년 만에 다시 권총을 찬 것이다.
그는 94년 7월 27년간의 기나긴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가자지구로 돌아오던 날 군복 차림에 권총을 찼다. 50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열광했고 그는 무동을 탄 채 승리의 ‘V’ 자를 그려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가자지구로 돌아오며 권총을 찬 그의 표정은 비감에 잠겨있었다. 이스라엘과의 유혈투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동족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달 30일 이후 다소 화해의 조짐을 보였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2, 3년 내 잠정 평화협정을 맺어 영토를 추가 양보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일로 양측간에 다시 긴장이 흐르게 됐다. 아라파트의 왼손은 이날 내내 허리춤의 권총집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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