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7층 격리병실에서 홍성덕씨(43)가 건강한 얼굴로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29일 갑자기 쓰러졌다. 가족들은 98년 콩팥 이식수술의 후유증인 줄 알았지만 급성 간경변이었다. 홍씨는 이름과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병원에선 4, 5일 밖에 못산다고 했다. 아내와 중학교 3년생 딸 등 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홍씨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전북대병원에서 30대 뇌사자가 간을 기증받아 간 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전 홍씨의 혈압은 생명이 위태로운 수준까지 떨어졌고 온몸은 부어 있었다. 주치의는 “목숨을 건져도 뇌사 상태에서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12월2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수술이 이뤄졌고 1주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격리병실로 옮겨졌다.
홍씨는 “2주 이상 혼수상태에서 귀신과 싸우는 악몽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97년 고혈압으로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됐다. 숨이 차서 씻고 자야겠다며 욕실에 들어간 뒤 쓰러졌다. 얼굴이 울퉁불퉁해지는 느낌에 눈이 뒤짚히는 듯 했다. 온몸이 뒤틀렸다. 그는 1년 이상 혈액 투석을 받다 콩팥을 이식받았다. 그동안 직장을 그만 두고 트럭을 몰며 야채 행상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또 20평대 아파트를 팔고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전세들었다가 이번엔 월세로 10평대 아파트를 얻어 월세로 옮겨야만 한다.
“잃은 것도 많지만두 사람의 도움으로 소중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반드시 전성기 때의 건강을 되찾아 재기하겠습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수술성공률 90% "낙담마세요"
홍씨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였다. 바이러스 보유자 가운데 20∼30%는 함부로 복용한 약 한약의 독성이나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간염으로 진행된다. 보유자의 70% 이상은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만약 간염을 거쳐 간경변으로 진행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식수술의 성공률이 90%를 넘기 때문. 홍씨의 경우 간이 원래 크기의 30%로 쪼그라들어 뇌사자의 간을 넣기 힘들 정도로 수술 공간이 좁았지만 성공했다.
그러나 뇌가 붓는 등 몸이 너무 나빠지면 이식도 받을 수 없다. 복수가 차거나 황달 각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이식받는 것이 좋다. 문제는 장기 기증자가 적어 이식을 희망해도 평균 1년 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점. 이식수술 희망자의 30%가 기다리다 숨지는 현실이므로 빨리 간 이식을 등록하는 것이 좋다.
요즘 산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부분 간이식’의 성공률도 높뇌사자 간이식 성공률에 버금간다. 혈액형이 같고 체격이 비슷하며 간이 튼튼한 공여자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재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일반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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