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24시]운행비/"승객한분 모시는데 982원"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37분


지난해 9월 지하철 1구역 운임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궁금하다. 100원이 올랐지만 역에 가보면 ‘승객 한 분을 모시는데 드는 비용은 982원입니다’라고 써 있다. 뭔가 아직 모자라다는 얘기다. 뭘까?

승객을 실어 나르는데 드는 비용을 이용객수로 나눠 보면 계산이 나온다. 99년 1∼8호선의 총비용은 약 1조2791억원이고 이용객은 13억266만4000명. 1인당 982원 꼴이다. 운임이 982원이라야 수지가 맞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99년 실제 영업수익은 약 7000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실제 승객 1인당 수익은 541원. 1인당 441원이 적자였던 셈이다. 지하철을 만들 때 끌어 쓴 빚의 이자까지 비용으로 계상했기 때문이다.

▼ 출입문 여닫는데 2원 들어 ▼

말이 나온 김에 지하철 이용시의 여러 가지 비용을 한번 생각해 보자.

닫히는 지하철 출입문 사이에 팔을 집어넣어 다시 열리게 하면? 그러면 당신은 전기료 2원을 더 쓰게 만든 셈이다. ‘애걔, 2원’이라고? 그런 사람이 하루 19시간 운행중에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지하철 하루 운행에 쓰이는 전력량은 약 2579MW/h. 인구 7만5000명인 경기 동두천시의 하루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전기료는 하루 1억7467만원선. ‘전기 먹는 하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루 이용객 550만명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승객 1인당 약 32원 꼴.

▼ 안내방송 제작에 900만원 ▼

6, 7호선 역에는 승객이 다가설 때만 움직이는 자동식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센서가 부착돼 기존 에스컬레이터보다 300만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전기료를 연간 99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이용객이 많은 환승역에서는 비용이 더 드는 게 단점. 형광등을 껐다 켰다 할 때 전력 소비가 많은 것처럼 승객이 많을 때는 자동식의 전력 소비가 훨씬 많기 때문.

지하철 안내방송 제작엔 900만원 정도 든다. 녹음은 주로 성우가 하는데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시간당 200만원선. 영어방송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위를 하지 맙시다’ 운운의 홍보 방송이 사이사이 들어갈 때마다 비용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동차 내부 안내 전광판의 가격은 1∼4호선이 5∼8호선의 2배정도 된다. 1∼4호선에서는 전광판을 앞뒤에서 볼 수 있는 반면 5∼8호선은 출입문 위에 부착돼 한 면만 보이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속이 안 좋아 좌석(7인용)에 실례를 했다면 시트 교체 비용으로 13만5000원이 든다. 좌석 전체를 바꿀 때는 55만원.

어떤가? 지금 타고 있는 지하철이 좀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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