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망가전이 이번 페스티벌의 메인 전시로 부각될 정도로 유럽에서 일본 만화는 새로운 만화의 한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싸구려 만화로 폄하되던 일본 만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나 기시로 유키토의 ‘총몽’ 등의 만화가 양장본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페스티벌을 참관한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프랑스에는 일본 만화 매니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일본 만화를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들은 최신 일본 만화를 일본 판형으로 출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극장에서 열린 일본 코스프레에도 관객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서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망가전과 대비되는 유럽 만화의 기획전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과 프랑스국립만화영상연구소(CNBDI)가 공동으로 준비한 유럽만화의 거장전이었다. 여기서는 각국의 대표적인 작가 60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유럽만화의 일대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 그랑프리를 거머쥔 프로렌스 세스탁(Florence Sestac)의 전시는 특유의 유머스런 작품을 다채로운 스타일로 소개해 인상적이었다. 또 벨기에의 대표적인 만화 작가인 밥 드 무어와 조한 드 무어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밥 그리고 조한 드 무어(Bob and Johan De Moor)’은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부자 만화가에 대한 경의가 표현된 전시회였다.
창간 30주년을 맞는 프랑스 만화잡지 ‘레코 데 사반느(L’Echo des Savanes)’의 기념 전시는 주로 섹슈얼한 판타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주종을 이뤘으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2001년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르탱 베르욘(Martin Veyron)의 작품도 이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
여러 전시 중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전시는 사이버 만화전이었다. 사이버 만화전은 프랑스의 만화 사이트와 디지털 만화가 소개되었는데 아직까지 국내의 디지털 인프라에 비해서는 빈약한 편이었다.
◇앙굴렘 만화축제…도시전체가 거대한 전시장
앙굴렘은 파리에서 테제베(TGV)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인구 8만명의 소도시로 프랑스국립만화영상연구소가 있는 만화 도시. 축제 기간에는 성당 시청 분수 등 도시시설이 전시장으로 변하며 20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몰려든다. 이 축제에는 시가 수여하는 그랑프리 외에 12개 부문별 상이 주어진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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