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무선데이터 통신 시장을 둘러싼 사업자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조원대의 중복투자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2.5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에만 2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하반기부터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들의 투자도 시작돼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세대 업그레이드에만 2조원〓SK텔레콤과 한통프리텔, LG텔레콤 등 2세대 통신사업자들은 유사 IMT―2000인 ‘CDMA 2000 1X(IS―95C)’서비스를 위해 업체당 수천억∼1조원대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 서비스의 전송속도는 64Kbps수준의 2세대 서비스보다 빠른 144Kbps급.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용화에 돌입했으며 한통프리텔, LG텔레콤 등 사업자들은 4∼5월경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 사업자당 5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말기와 콘텐츠가 부족해 시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초고속 무선데이터 서비스도 대기 중〓CDMA망의 통신속도를 2.4Mbps수준까지 끌어올리는‘CDMA 2000 1X EV(HDR)’도 하반기 중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퀄컴이 개발한 이 서비스의 상용화에는 한통프리텔이 적극적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경쟁사가 도입할 경우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연내 상용화의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당 투자비는 5000억원을 웃돌 전망. 표현명 한통프리텔 상무는 “고속 무선데이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저렴한 비용의 고속무선인터넷 접속장치(HDR)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곳곳에 중복투자 암초〓퀄컴은 내년 중 별도 데이터망을 쓰는 HDR서비스를 음성통신망과 통합한 새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경우 추가 업그레이드 작업이 불가피해 사업자들은 다시 수천억원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IMT―2000 사업을 비동기식과 동기식으로 나누어 추진할 경우 두 가지 망 운영에 따른 1조원 이상의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기적 서비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특정기업(퀄컴)의 신기술을 국내 사업자들이 앞다퉈 상용화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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