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착공한 지 10년이 되도록 행정부처의 ‘면피주의’에 시달렸다. 정부가 사업방향을 본격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지도 2년이 넘었다. 결론은커녕 최근 만경강―동진강 분리개발론이 돌출하는 등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 개발에 대한 찬반 양론을 수렴한 뒤 이 달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은 예정대로”와 “결론은 철저한 검토 후에”라는 양론(兩論)의 소모적 대립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역민 대표는 “이제는 새만금 소리만 나와도 지겹다”며 정부의 무소신을 탓했다. 10년 전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 이 공사는 당초부터 혼란이 충분히 예견됐었다. 경제 환경 등 각종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치 않고 이미 1조1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방조제 공사도 72%를 끝마쳤다.
의견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는 현지 기류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환경단체와 해양수산부측은 “갯벌을 보존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으면 주민 숙원을 가로막는 행위로 지탄받는다”며 입조심을 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들과 농림부측의 개발주장을 두고 “후손에게 물려줄 국토를 망치는 지역이기주의 발상”으로 일축한다.
정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조정자 역할이다. 새만금 사업에서 정부의 이 같은 기능이 실종됐다.
최근 열린 새만금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수질과 갯벌문제에 대해 해외 성공사례를 답사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와중에 국무총리실 해양부 환경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곧 네덜란드와 일본의 간척지를 ‘둘러보러’ 시찰에 나선다. 그러면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결론을 내릴 시점에 임박해서 해외 시찰을 한다고 결론을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것인가.
<김동원 경제부>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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