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한·일시민단체 "왜곡교과서 채택반대운동 함께"

  • 입력 2001년 4월 4일 19시 41분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과거사 왜곡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승인한 4일 한·일 시민단체들은 "왜곡교과서 채택 반대운동을 함께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한·일 시민단체들은 이날 각각 서울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왜곡교과서 검정승인은 아시아 평화에 역행하는 제2의 침략행위"라며 일본 각 지역 교육위원회가 교과서를 채택하는 7월 초까지 지방 단위로 서명운동을 함께 벌여나가기로 했다.

'일본교과서개악저지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검정승인은 제국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이라고 비난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은 검정승인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를 통해 전쟁무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사례를 지적했다.

이들이 지적한 부분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부르고 위안부를 언급조차하지 않았으며 남경대학살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대목들이다. 이는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운동본부는 비판했다.

이수호 전교조위원장은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가이드라인 채택 등의 상황을 볼 때 이 교과서가 '교과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일본 정부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아시아 민중, 특히 중국·남·북한이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본부는 같은 시간 일본시민단체가 도쿄에서 발표하고 있는 '교과서 검정통과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대독했다.

'어린이와 교과서전국네트21'등의 일본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국제고립을 자처하는 교과서를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면서 "반역사적인 교과서를 검정승인한 정부와 문부과학성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운동본부는 "이미 한·일 교원단체도 학생들에게 진실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에 합의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일연구진이 함께 '공동교재'를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또 "연대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힘이 있는 단체가 아니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일본 내 호응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적인 지부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교과서네트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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