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0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은 일본 교과서 문제를 과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whitewash)로 간주하고 있다”며 주일 대사 소환과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유엔 인권위 문제 제기 등 한국 정부와 시민의 강경 대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해 “교과서 왜곡 문제는 일본의 소수 극우세력이 일본 침략전쟁 판결을 뒤집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과서 왜곡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 인근 피해국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의 일부 단체에서도 비난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은 “식민통치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일본 교과서의 기술 내용이 때만 되면 이웃 한국과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일본이 과거 군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으로 한국민을 가혹하게 핍박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일본은 이웃 나라들의 감정을 감안하겠다는 이전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런 배경으로 볼 때 일본의 어린 학생들이 교과서 속에서 식민통치에 관해 어떻게 배우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10일자 국제면에 “주일 한국대사의 소환으로 일본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외교 분쟁이 깊어지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시위대가 일본 상품을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도 이날 “일본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불화로 지난 3년간 한국과 일본 양국이 힘들게 쌓아온 우호관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국정부가 주일 대사를 소환했다”고 전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일 교과서 왜곡 유감"세계학자들 항의서명▼
유럽 지역 한국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유럽한국학회(회장 베르너 사세 함부르크대 교수)가 세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 10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4일부터 8일까지 영국 런던대에서 개최된 이 학회의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귀국한 최병헌 서울대 교수(국사학)에 따르면 학회측은 150여명의 참가 학자 가운데 10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최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것.
학회측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한 최교수의 발표를 들은 뒤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았다.
이 성명서는 “일본의 역사교과서에서 한국과 한국의 역사에 관한 잘못된 서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명자 중에는 사세 회장을 비롯해 런던대 앤더스 칼슨, 프랑스 파리대 알렉상드르 길레모, 러시아 모스크바대 미하일 박, 네덜란드 라이덴대 보드위 바라빈, 폴란드 바르샤바대 로무랄트 후차 교수 등 각 국의 한국학 권위자들이 포함됐으며 북한 조선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전하철 소장, 고고학연구소 서국태 실장도 서명에 참가했다.
최 교수는 “학회가 끝난 후 참가 학자들이 본국에 돌아가 다른 학자들의 서명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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