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김정일 김용옥 서태지 린다김 김희선 박찬호 클린턴 힐러리에, 안중근 마르크스 고흐…. 전 세계 180여명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관련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낸 서양화가 강형구씨(47).
그는 “얼굴은 미술의 영원한 소재”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슈 포인트’(책이있는마을·1만3800원). 한 개인에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캐리커처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김태정과 옷로비, 린다김과 무기로비, 홍석천과 커밍아웃, 김희선과 누드사진집….
“한 개인의 얼굴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과 연결되어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여기 수록한 캐리커처는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시대적 역사적 상황 속에 들어있는 얼굴이지요.”
얼굴의 특징은 어떻게 포착할까? 강씨는 우선 얼굴 자체의 특징보다는 그와 연결된 사건에서 특징을 끌어낸다.
린다 김의 경우. “우선 거만한 듯한 선글라스가 하나 있어야겠죠. 그리고 장성급과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받았으니 선글라스에 별 한 두개 비친 모습을 그려 넣는, 그런 방식입니다.”
얼굴 자체의 외형적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리커처의 생명은 눈 코 등을 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얼굴이 긴 사람은 아주 길게 그린다. 김근태 의원은 아주 길게, 찰스 황태자는 길면서도 약간 멍하게. 탤런트 김희선의 경우엔 눈꼬리에서 치켜 올라가는 속눈썹의 특징을 강조한다. 안경 낀 얼굴은 안경에 비중을 둔다.
강씨는 이 책에서 캐리커처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서도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림픽 레슬링에서 두 체급을 석권한 심권호의 캐리커처를 보여주면서 그가 은메달을 딴 여고생 사격선수만도 못한 예우를 받는 세태를 꼬집는다.
강씨의 캐리커처는 전체적으로 도전적인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한 강씨의 설명.
“캐리커처를 그리려면 대상 인물의 특징, 즉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올릴 사람은 올리고 내릴 사람은 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좋고 싫고가 분명해지고 도전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단순화시키면서도 개인의 특성과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캐리커처 작업의 매력이자 어려움이라고 토로하는 강씨. 그는 원래 극사실주의 풍의 서양화가로, 200∼300호 짜리 대형 얼굴 그림들을 그려 왔다. 그러다 1년 전부터 캐리커처의 매력에 빠져 외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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