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교과서 놓고 모임-시민단체 공방

  • 입력 2001년 4월 13일 20시 05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이들이 집필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들이 13일 오후 도쿄(東京)의 일본외신기자클럽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새 교과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1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견에서 '모임'의 이사인 후지오카 노부카츠(藤岡信勝)도쿄대교수는 "군위안부의 기술이 빠진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쟁중 군위안부는 세계 어느나라에나 있었으며 문제는 강제성 여부인데 (일제가) 강제로 군위안부를 데려왔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떤 한국인으로부터 '군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사고가 상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후지오카 교수는 "외국의 민간인이 교과서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부가 수정을 요구한다면 명백히 내정간섭"이라며

"중국과 한국의 교과서가 얼마나 일본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알면 일본 국민은 용서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임'의 또다른 이사인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杏林)대 교수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아시아국가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은 나치처럼 인종학살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시야마 히사오(石山久男)역사교육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모임'측의 교과서는 수정됐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역사학자인 하마바야시 마사오(濱林正夫)씨는 "'모임'의 교과서는 현행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전쟁전의 헌법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등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임'의 교과서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일본 국민중에도 양식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문부과학상은 13일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현 단계에서 교과서 재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수정 이외의 대응방법이 있을 수 있는지를 한일 양국이 대화를 나눈 뒤 이성적이고 건설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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