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강창순/원자로 설계업무 다시 통합하자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51분


우리는 지금 전력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전 자체도 6개 발전 자회사로 분할됐고, 이들 자회사를 비롯한 기존 자회사들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중이다. 원전기술은 부가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기술 수출산업의 하나이다. 따라서 원전기술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원전산업 체제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립돼야 한다.

정부 주도로 1985년 확정된 원전기술 자립을 위한 기관별 업무분담 계획은 당시 원자력계가 보유한 제한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신속한 기술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기술을 종합설계, 원자로계통설계, 원자로기기 설계 및 제작 기술, 핵연료 기술로 분할하고 이를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중공업), 한국원전연료를 통해 기술자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수행 과정에서 참여기관의 연계업무 수행상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불분명한 책임관계가 도출돼 업무 추진체계가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돼 왔다. 가장 문제가 된 분야는 원자로 계통설계와 원자로 기기설계의 분할 수행이다. 이 두 설계는 단일 업무였으나 국내 기관별 가용 설계인력을 감안해 원자력연구소와 한국중공업이 분할 수행해왔고 1996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수행하던 원자로 계통설계 업무가 한국전력기술로 이관됐다.

현 시점에서 과거의 설계업무 분할결정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 결과 신속한 기술자립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 기기설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중공업은 이미 민영화됐고, 원자로 계통설계를 수행중인 한국전력기술이 민영화 과정에 있는 만큼 무엇이 원자력계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두 설계업무를 원전기술 관점에서 재조명해 단일 수행체제로 원위치시키는 일일 것이다. 단일체제가 이뤄져야 두 설계 업무간 시너지 효과와 경제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두 기관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대외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질 수 있다. 원자로 계통설계와 기기설계 업무의 통합을 통해 기기제작과 함께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는 단일화된 원자력발전설비 공급회사(가정)는 계약 초기부터 병행 추진되는 건설공기 준수 뿐만 아니라 종합성능 및 안전성 보장 측면과 수출창구 일원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원자력발전소의 가장 핵심 기술인 원자로 계통설계와 기기설계를 분리 수행하는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원전기술의 종합화를 바탕으로 국가간 기술의 대통합 추세로 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기술은 이미 일원화됐고 최근 영국과 미국의 가압경수로 기술이 단일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제한된 인력의 효율적 이용과 일사불란한 사업추진 체제 확립을 통한 기술 고도화를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최선의 산업구조 조정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선진국 진입의 기회를 원자력계가 선도해야 할 때다.

강창순(서울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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