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다]"인터넷 통해 실시간 구독, 가족안부는 화상통화로" , 장순근 남극세종기지 대장

  • 입력 2001년 4월 23일 09시 38분


서울에서 비행기로 5일. 그나마 5∼8월에는 혹독한 날씨 때문에 하늘길과 뱃길이 끊기는 곳. 초속 25m가 넘는 ‘블리자드’가 휘몰아치면 불과 10m앞이 보이지 않는 곳. 그곳에도 ‘과학 한국’의 불을 밝히는 이들이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남극 세종기지 월동대장 장순근 박사. 그는 올해로 여섯 번째 남극 장기생활을 하고 있다. 1년간 머무는 월동대만 1차(1988∼89년) 4차(1990∼91년) 8차(1994∼95년)에 이어 네 번째(14차, 2000∼01년).

연평균 기온 영하 23도. 건조하기는 사하라사막보다 더해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남극의 생활은 그동안 단순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인터넷이 들어서면서 이곳의 생활도 바꿔놓고 있다.

장대장은 “8차 월동대 때는 항공편으로 날라온 신문과 비디오를 나눠보느라 주로 시간을 보냈고 그것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제는 신문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고 좋은 비디오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잘 모이지도 않고 편지 쓸 일도 없어졌습니다. 1999년 2월 기지에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신문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봅니다. 가족들에게 연락은 인터넷무료전화 ‘다이얼패드’로 합니다. 가끔 화상통화를 하는 대원도 있습니다.”

장대장은 오전 5시반에 일어나 e메일을 읽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장대장은 홈페이지(sejong.kordi.re.kr)를 운영하는 데도 열심이다. 세종기지 연구활동 남극의 자연환경 인근기지 등을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네티즌의 궁금증에도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해준다. 그는 ‘세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우리 한글을 쓰는 데도 많은 노력을 쏟는다. “세종기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우리의 활동을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는 것이 그가 홈페이지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

자연환경이 혹독한 남극은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지구에서 오염이 가장 적은 곳이다. 만년빙은 지구의 생성과 변화와 비밀을 담고 있고 깨끗한 대기는 훌륭한 천문관측장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것일까. “대자연을 좋아하고 그 변화에 감동할줄 아는 사람은 남극 생활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또 왠지 가정과 사랑, 정서가 주제인 비디오 테이프을 많이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닥터 지바고’나 ‘잉글리시 페이션트’ 같은 영화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극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라면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세종기지 홈페이지에 자주 들러 격려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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