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파리산책]"루이뷔통 구할수 있나요?"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48분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유학생 김모씨(26·여)는 요즘 샹젤리제 거리에 나갈 때마다 짜증이 난다. 모르는 한국인이 접근해 "수고비를 줄 테니 루이 뷔통 핸드백을 대신 사달라" 며 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루이뷔통 직매장이 있는 샹젤리제나 생제르맹데프레를 지나다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유학생 박모씨(29)는 100달러 까지 수고비를 주겠다는 말에 아르바이트 삼아 한국인 보따리상인에게 몇차례 루이 뷔통 가방을 대신 사 줬다. 그러나 출입이 잦다 보니 얼굴을 알게 된 매장 직원이 판매를 거부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한 뒤부터는 '아르바이트' 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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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 곳곳의 루이 뷔통 매장 주변 카페에서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장사꾼과 동양인 유학생이나 관광객 사이에 즉석 흥정 이 벌어지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자벨 조르당-기조 루이뷔통 홍보부장은 "샹젤리제 매장을 찾는 고객이 하루 평균 3000여명인데 대부분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인들" 이라며 "이곳에서 600프랑인 손가방이 일본 도쿄에서는 1000프랑 이상에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에 동양인들이 수고비를 써가며 물건을 산다는 설명이다.

대리구입 풍속도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의 맹목적인 외제 선호풍조와 루이 뷔통의 인기 유지 판매전략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루이 뷔통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들이 일정기간내에 일정한도 이상의 상품을 재구입할 수 없다는 구매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양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LV로고가 들어있는 가죽제품의 경우 하루에 한 사람이 가방 한 개, 지갑 한 개 이상은 살 수 없도록 상한선을 정해놓았다.

대리 구입 수수료는 보통 제품 가격의 10%선.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23일 '루이 뷔통 가방의 암거래 여행' 이란 제목으로 "루이 뷔통 매장은 에펠탑과 더불어 아시아인들에게 파리의 필수 관광코스로 부상했다" 며 "아시아인들의 외제병 덕분에 루이 뷔통 파리매장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고 비꼬았다.

<파리=김세원특파원기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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