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여온 한국 정부는 8월말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선언문 등에 ‘과거사에 관한 올바른 교육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합참의장의 방일계획을 취소하고 일본 함정의 한국방문을 거절하는 한편 일본 문화 추가개방을 무기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에는 한일 교과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키로 했다.
일본은 스스로 저지른 침략과, 아시아와 세계인들의 기억에 생생한 태평양전쟁 당시의 범죄행위 등을 호도하려다 오히려 또 한번의 심판과 역풍(逆風)을 자초한 셈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패전후 전범재판에서 사형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총리 등 ‘A급전범’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A급전범들도 사형이라는 형벌을 이미 받았다. 왜 그들이 다른 전몰자와 구별돼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일본역사 왜곡에 앞장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측은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신화와 사실(史實)을 버무려 놓은 문제의 역사책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30만년전 전기 구석기 유물이랍시고 역사교과서에 오른 인골이 겨우 500년전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11일자 일본발 보도가 있다. 일본인들의 ‘역사 허기’와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몸부림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이웃과 세계가 공감, 인정하는 보편성있는 역사 인식으로 돌아서야 한다. 과거의 침략전쟁이나 식민지배 같은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가감없이 가르침으로써 오류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바른 역사를 외면하고 이웃 나라와 마찰을 감수하며 자찬에 빠진다면 단기적으로도 외교 손실이요, 멀리 보면 재앙과 불행의 씨를 묻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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