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 정영순 부연구위원은 24일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간 교과서 개선방안 연구’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이들 사례와 해당 국가의 반응을 소개하고 “일본의 식민사관이 유포된 결과이므로 국제협력을 강화해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고교 3학년 1학기 교재에서 “일본은 불교, 서예, 젓가락 문화, 한자 등 중국 문화를 한국을 경유해 받아들였다”고 기술해 한국은 중국문화를 일본에 전파하는 교량 역할만 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한국은 7세기경 통일된 국가를 형성했는데 그 나라는 신라이고 중국의 지원을 받아 통치했으나 17세기경 중국의 지배에 들어갔으며 이 지배는 19세기 말까지 지속됐다”고 잘못 기술하고 있다. 태국 교과서에는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적혀 있으며 남한이 불교국으로 소개돼 있다.
▽필리핀〓전근대사 교과서 중 ‘아시아의 역사’에서 “고려는 달콤한 약속에 빠져 몽골인들에게 항복했으며 그로 인해 일본을 공격하게 됐다”고 기술해 고려의 대몽(對蒙)항쟁 사실을 명백히 왜곡했다.
또 “신라 금관 곡선 모양의 보석들은 일본제국 상징의 흔적이었다”는 기술도 있다. 이는 삼국시대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문물을 전해준 역사적 사실에 비춰 명백한 잘못이다.
고대사에서는 “일본 야마토 정권의 진고(神功)천황이 정복자로서 한국에 갔고 일본의 한국통치는 668년 한반도가 권력조직을 확립하기까지 지속됐다”고 잘못 기술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에 대해 “일본은 군국주의 사회로부터 자유로운 새 질서를 수립함으로써 만주국, 한국, 내몽골, 중국 등에 평화와 안전을 주려했다”고 철저히 일본의 식민사관에 따라 역사를 해석했다.
▽인도네시아〓“1894년 일본이 중국을 침공했다. 중국은 일본에 쉽게 항복했는데 그 결과 중국은 대만과 한국을 일본측에 넘겨줘야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일본은 1910년 한국에 산업기지와 철도를 세웠다”고 해 일제가 한국의 번영을 위해 통치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한국 관련 자료 부족〓필리핀 교육문화체육부의 에스피노 교육과정담당관은 “출처를 신뢰할 수 없는 자료가 많아 한국 등 아시아 역사를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한국 역사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한국 정부가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교과서 집필자와 발행인들에게 한국 역사를 가르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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