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따라잡기]압전소자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51분


주입기 끝에서 떨어지는 DNA방울.
주입기 끝에서 떨어지는 DNA방울.
사무실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전자제품은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 비지땀을 흘리듯 쉴새없이 잉크를 뿌려대는 프린터이다. 이제는 레이저 프린터에 밀려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잉크젯 프린터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공학의 기대주 DNA칩을 만든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

DNA칩에 응용된 프린터의 기술은 압전소자(壓電素子)를 이용한 잉크 분사. 압전소자는 1880년 후일 퀴리 부인의 남편이 된 피에르 퀴리가 형과 함께 발견했다. 결정판에 일정한 방향에서 압력을 가하면 판의 양면에 외부에서 준 힘에 비례하는 (+)(-) 전하가 발생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반대로 압전소자에 전기를 걸어주면 결정판의 모양이 저절로 변형된다.

프린터가 전기신호를 보내면 압전소자가 늘어나 주사기처럼 잉크를 노즐 앞까지 밀어낸다. 그 뒤 재빨리 전류를 차단하면 압전소자와 함께 잉크도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노즐 앞까지 밀려났던 잉크는 작은 방울이 돼 떨어진다. 전류의 세기를 조절하면 분사되는 잉크방울의 크기와 양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DNA칩이란 유리기판에 유전자 DNA를 촘촘히 심은 다음 혈액과 반응시켜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알아보는 장비. 프린터의 잉크 분사기술은 DNA칩 표면에 나있는 미세한 홈에 원하는 양만큼 DNA를 뿌려주는 데 이용됐다. 세계적인 프린터제조업체인 휴렛 패커드사가 미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와 DNA칩 개발 공동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압전소자를 이용한 잉크 분사 기술 덕택이다.

압전소자는 가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스렌지의 스위치는 압전소자를 이용해 스위치를 누르는 압력을 전류로 바꿔 불꽃을 만들어낸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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